정말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이 분을 잠깐 소개해 드리자면 실업팀 호남정유의 배구선수였으며, 밀양에서 초등학교와 생활체육, 배구 코치와 심판으로 활동할 정도로 건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x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사용하다가 2011년에 쓰러진 이후, 12년간 투병해 오다 결국 고인이 된 안은주 씨를 아시나요?
가습기 살균제로..
고인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기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향년 54세의 나이에 고통 속에 숨을 거뒀습니다. 당시 고인은 경남 밀양에서 거주했으며, 부산 동아 대병원에서 폐렴과 원인 미상, 폐 질환 진단을 받았고, 이후 산소통을 끌고 산소발생기를 착용한 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다녔습니다.
안은주 씨는 2015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집회와 기자회견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피해 대책과 문제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가습기 살균제가 원인임을 알고 피해 신고했지만, 처음에는 폐 손상 3단계 판정으로 피해자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이 제정된 이후, 긴급 구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고, 그다음에 피해 구제자로 인정됐습니다. 그러나 사망 때까지 옥x 측으로부터는 아무런 배상, 보상도, 직접적인 사과도 받지 못했습니다.
폐 이식 수술했지만 합병증으로…
그 후 2015년 6월 병원 측으로부터 폐 이식을 권고받았고, 4개월을 기다린 끝에 첫 번째 폐 이식 수술받았지만, 합병증으로 병원에 입원, 퇴원을 반복해야 했습니다.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피해자들을 청와대에서 만났을 때, 안은주 씨도 초청 대상이었지만 입원 중이어서 가지 못했습니다.
이때 안은주 씨는 자신의 심정을 담은 장문의 편지를 써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안은주 가족은 병원비를 감당하면서 5억 원이 넘는 빚을 떠안았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안은주씨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남편과 남동생, 부모님이 사시는 집을 담보로 농협 1억 5천만 원, 수협 1억 5천만 원의 빚을 내 폐 이식 수술받았습니다. 화학물질 독성으로 숨진 부모가 남긴 빚으로 왜 아이들이 불행한 삶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살아가야 합니까.”
그 후 2018년 12월에는 두 번째 폐이식 수술을 위해 입원했지만, 일 년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 후 수술을 받았는데, 합병증으로 수술 직후 목을 절개해 산소 발생기를 착용해야 했고, 이때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손글씨로 대화해야 했습니다. 이후 계속 악화돼 신장 투석, 기관지 확장 시술을 받아야 했으며, 하반신 마비와 욕창이 생겼으며, 시력과 청력이 저하됐습니다.
기자회견 등 투병 과정을 알리지만….
2021년 8월에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알려진 지, 10년을 앞두고 병상에서 온라인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손글씨를 통해 투병 과정을 외부에 알렸습니다.
그 후 안은주 씨가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자, 함안에 사는 친언니가 은주 씨를 대신해 피해자 단체의 집회와 기자회견에 참석해 안은주 씨의 심정과 가족들의 아픔을 사회에 전했습니다.
안타까운 비보 그리고 마지막 남긴 두 글자
안은주 씨는 여러 차례의 고비를 넘겼지만, 향년 54세의 나이로 결국 세상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과거 생전 고인은 두 번째 폐이식 후에도 건강을 되찾지 못했으며, 의식을 잃기 전 어렵사리 남긴 두 글자는 “아파”였습니다. 안은주씨의 부고를 접하고 곧바로 피해자들이 세브란스병원을 찾았습니다.
이들은 안은주씨의 주검을 태운 앰뷸런스를 경남 함안으로 떠나보내며 “아, 가습기살균제로 또 한 사람이 이렇게 떠나는구나…”, “선생님, 이제 그만 아프고 편안한 곳으로 가시기 바래요. 선생님 덕분에 버틸 수 있어서 감사했고, 선생님을 위해 더 싸우겠습니다.”라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서야 떠날 수 있었던 병원 가습기살균제로 숨진 1774번째 희생자 책임 규명과 피해 보상 기다리다 피해자에서 희생자로 되었습니다. 그곳은 아픔 없는 행복한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삼가 고인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