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아시안컵 대표팀
한국축구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가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이 끝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여러 잡음으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아시안컵에 소집됐던 축구 대표팀이 지난 1월 3일부터 10일까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진행한 전지 훈련 중 일부 선수와 축구협회 직원이 한국에서 가져간 칩을 사용해 카드 놀이를 했습니다. 이들은 축구협회가 대회 기간 자유롭게 숙소 내에서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설치한 휴게실에서 칩당 1천원에서 5천원으로 설정하고 카드 놀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게임당 가장 크게 진 선수가 잃은 돈은 4만원에서 5만원 사이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축구협회 측은 돈을 벌고 카드 놀이를 한 것은 맞지만 도박성이 아닌 음료값 등을 위한 내기 수준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소집 훈련 중 골대 맞히기, 내기 등과 같은 게임의 일환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도박성 혹은 오락성 등 카드 놀이의 성격이나 금액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승을 외치며 떠난 아시안컵 전지훈련지에서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벌고 카드 놀이를 한 것은 국민 정서상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미 대표팀과 축구협회는 국민 정서에 반하는 하극상으로 비판을 받은 바 있습니다. 탈락했던 요르단과의 아시안컵 준결승을 앞두고 이른바 탁구 논란 때문에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습니다. 요르단전 전날 저녁 식사 후 이방인 등 젊은 선수들 몇몇이 격하게 탁구를 즐겼고, 식당에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가 있었습니다.
이에 손흥민 등 베테랑 선수들이 탁구를 과하게 치는 젊은 선수들을 향해 요르단전을 앞두고 있으니 자제하라는 취지로 꾸중했고, 이 과정에서 이강인 등이 대들며 다툼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주전 손흥민에게 하극상을 버린 이강인 개인의 문제를 넘어 대표팀의 관리 능력 부재도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당시 클린스만 전 감독 등 코칭 스태프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에는 다른 업무 때문에 카타르에 갔던 축구협회 직원도 있었습니다. 탁구 논란 당시 선수들은 내분을 겪었고 감독과 코치진은 방관했으며, 축구협회 직원의 일탈까지 더한 혼란의 아시안컵 대표팀이었습니다.
대표팀을 다시 바로잡겠다는 입장
카드놀이 논란 때도 축구협회 직원의 일탈이 있었습니다. 당시 감독은 꼭 필요한 업무가 아니면 스태프들은 선수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생활을 관리해야 하는 축구협회 직원이 이 지침을 어기고 선수 휴게실에 들어가 함께 카드 놀이를 했습니다. 그만큼 대표팀의 행정 시스템이 매뉴얼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축구협회는 해당 직원은 내부 지침을 위반하는 등 팀장으로서 부적절한 업무 운영을 해 지난달 20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직위를 해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후 여러 차례 당사자와 주변 직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추후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자에 대한 징계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밑바닥부터 무너진 대표팀을 다시 바로잡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식감독 선임 후 대표팀 재정비 예정
한국 축구는 오는 21일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 및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3차전을 시작으로 다시 뜁니다. 아시안컵 준결승 탈락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립니다. 3월 태국과의 2연전은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임시 사령탑 체제로 진행된 6월 a매치부터 정식 감독을 선임해 팀을 재정비할 예정입니다. 제대로 된 프로세스를 세우고 그에 맞는 감독을 선임하는 것뿐 아니라 잡음이 계속되는 대표팀과 축구협회도 그에 맞춰 쇄신해야 할 때입니다.
임시로 애니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하기로 한 23세 축구 대표팀 감독의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황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오는 18일 오후 2시 고양 소재의 호텔에서 소집한 뒤 오후 4시부터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진행합니다. 클리스만 전 감독 경질로 소방수 역할을 맡은 황 감독은 3월 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지휘합니다. 오는 21일 오후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태국과의 3차전을 치른 뒤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으로 무대를 옮겨 26일 오후 9시 30분 4차전을 소화합니다.
황선홍 감독의 무거운 어깨
황 감독은 임시지만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먼저 성적을 내야 합니다. 한국 축구는 지난달 막을 내린 2023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서 우승을 노렸지만 요르단에 사상 첫 패배를 당하며 준결승 탈락했습니다. 이번 태국과의 2연전에서 승리해 월드컵 본선 11회 연속 진출에 가깝게 만들어야 합니다. 경우에 따라 이번 2연전을 통해 조기에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런 팀 분위기 때문에 선수들의 기강이 해이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팀 분위기를 쇄신해야 합니다. 황 감독이 이 문제를 해결할 적임자입니다. 3월 단 두 경기만 이끄는 임시지만 감독이기 전에 국가대표 선수들의 대선배입니다. 국민적 사랑을 받았던 2002 피파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서 국가대표의 책임감을 선수들에게 지도할 수 있습니다. 황 감독도 의지가 남다릅니다.
그는 “한국 축구가 큰 위기에 처해 어려운 상황이다. 대표 선수로 생활하면서 많은 혜택을 받았기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도움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축구하면서 어려울 때는 피해가고 쉬울 때만 나서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조금 짧은 기간이라도 대표팀 선수단을 좀 세심하게 들여다볼 생각, 여러 가지 대화를 통해서 어려워하는 부분들을 조금은 정리를 좀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태국전 보이콧 운동
이 상황 속에서 하극상 논란을 빚은 이강인이 축구 국가대표로 발탁되자 2026년 북중미 월드컵 2차예선 태국 전 보이콧 움직임이 있었으나 결국 해당 경기 전석이 다 매진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14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오는 21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태국전 티켓은 모두 판매돼 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습니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팬 여러분의 소문에 힘입어 21일 태국전 티켓이 전석 매진됐다고 알렸습니다. 한국은 2일과 26일 태국과 2연전을 치릅니다. 앞서 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11일 태국전을 앞두고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는데 주전을 포함해 이강인 등 주축 선수가 그대로 포함됐습니다.
당시 황 감독은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팀 구성원의 문제라며 이강인을 감쌌습니다. 대한축구협회 SNS에 대표팀 명단이 올라오자 온라인 상에서는 이강인 발탁에 이강인을 왜 뽑나 이번 축구 안 봐야겠다, 정몽규 아웃, 이강인 뽑혔다고 안 봐야겠다, 이강인 보기 싫어서 국대 안 본다 등 보이콧을 예고하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축구 소식을 전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이콧 운동을 폈습니다. 채널 운영자는 “정몽규는 사익을 위해 선수들을 벼랑 끝에 내몰았다.”며 이제는 선수들을 위해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대표팀 응원단 붉은 악마는 “붉은 악마의 본질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것이다. 그 본질을 벗어나는 순간 붉은 악마는 존재의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며 대표팀에 힘을 싣기도 했습니다.
붉은 악마는 “이번 사태는 축구협회의 잘못으로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응원을 받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가오는 태국과의 2연전은 보이콧 없이 선수들에게 더 큰 목소리로 응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태국전 티켓 매진 소식에 일부 축구 팬들은 불멧도 나만 진심이었지 정몽규 나가라고 외쳐봤자 타격 있겠나 표 안 팔려서 돈이 안 들어와야 위기감을 느끼겠지 보이콧이 답이 아닌데 왜 강요하지? 보이콧 할 거면 선수 말고 축협이 하세요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