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상의 목소리라는 찬사를 받는 이미자 씨. 조용필 씨와 더불어 국민가수로 불리우며 20세기 최고의 한국 가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런 그녀의 가수 인생은 승승장구하며 순탄했을 것 같은데, 놀랍게도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가수 인생보다 더 혹독했던 것은 그녀의 개인적인 삶이었습니다.
특히 그녀는 자신의 친딸을 너무나 냉대했다는 이유로 많은 질타를 받고 있는데, 불과 몇 년 전에 믿기 어려운 놀라운 증언이 나왔습니다. 두 모녀가 서로 극적인 상봉과 화해를 했고, 또한 어마어마한 계획까지 세웠다고 하는데 그건 과연 어떤 내용일까요?
어린시절 이미자
이미자 씨는 1941년 서울에서 2남 4녀 중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한 살 때쯤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게 되고, 설상가상 힘든 생활고 때문에 3살 때쯤 어머니가 집을 나갔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미자 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자랐습니다. 심지어는 형제들과 떨어져 할머니 손에서 키워졌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수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요?
어릴 적부터 음악이 놀라운 재능과 은쟁반의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던 이미자 씨. 정식 데뷔는 19살에 했지만, 이미 9살 때 피난 열차에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을 위로했고, 대가로 과자와 용돈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네 노래자랑 대회만 있으면 다 나가서 양푼 등 상품을 타오곤 했어요.
그러다가 1957년 만 16살에 노래자랑 프로그램에서 노래 꽃다발에 출연해 1위를 했고, 다음 해인 1958년에는 HLKZ TV 방송이 개최한 아마추어 노래 콩쿨인 ‘예능 로타리’에 출전해 또 1등으로 입상했습니다. 천재적인 가창력을 가진 그녀를 가만히 둘리가 만무합니다. 유명한 작곡가 나화랑 씨에게 스카우트되어 1959년 19살에 ‘열아홉 순정’을 발표하며 가수로 공식 데뷔했습니다. 19살 때부터 여든이 넘은 지금까지도 활동하며 무려 60년이 넘는 가수 인생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순탄지 않은 가수 인생
또한 지금까지 무려 2,500장이 넘는 곡을 냈고 히트곡이 자그마치 400여 곡이라고 합니다. 한창 바쁠 때는 지방 공연을 갔다가 서울공항에서 바로 녹음실에 가서 노래를 피아노로 한두 번 듣고 바로 녹음을 하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합니다. 노래 천재가 아니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앨범 판매 수량 1,000만 장을 넘긴 가수이기도 합니다.
당시 경제 상황을 생각하면 기적과도 같은 수치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대기록을 세운 그녀의 가수 인생은 승승장구하며 순탄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못했습니다. 가수 초창기 시절, 싸구려 출연료의 지방 무대를 돌아다니며 선배들 양말을 빨고 온갖 잔심부름을 도맡았습니다. 숙소인 여관방이 너무 추워 몰래 도망친 적도 있다고 합니다. 1964년 동백아가씨로 히트하기 전까지 5~6년가량을 스칼라 극장 인근 다방들을 드나들며 일거리를 찾아다녔습니다.
이미자 씨가 신곡을 내고 히트하면 얼마 안가 어이없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다고, 외색이 짙다거나 한창 경제에 박차를 가해 일으켜야 하는데 너무 비탄조의 슬픈 노래라는 것이 이유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대표곡들이 모두 금지곡이 되기도 했습니다.
어머니와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데..
이러한 가수 인생보다 더 혹독했던 것은 그녀의 개인적인 삶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친딸을 냉대했다는 이유로 많은 질타를 받았습니다. 이미자 씨가 과연 이렇게 비난받아 마땅할까요? 그녀는 기가 막힌 사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시대와 상황만 달랐지, 그녀도 결국 어머니와 똑같은 인생의 길을 걸어갑니다.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평생 딱 한 번 어머니를 다시 만났습니다. 무려 22년 만에 극적으로 어머니를 상봉하게 됩니다.
이미자 씨가 한창 전성기를 누리던 1966년 강릉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는데, 생모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를 만나게 되었는데 몇 시간의 짧은 만남 후 어머니는 영주로, 이미자 씨는 다음 공연을 위해 묵호로 떠나게 되었고, 이것이 이미자 씨와 어머니의 마지막 만남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이게 평생 트라우마로 남게 됩니다. 그렇게 원망하던 어머니가 한 과오를 자신도 똑같이 저지르게 됩니다. 이 세상 모든 딸이 자신은 어머니 같은 삶을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나중에 보면 자신도 어머니처럼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하는 것처럼 결혼하면서 어머니의 전처를 밟게 됩니다.
남편과 이혼으로..
이미자 씨는 데뷔 후 업소를 많이 뛰어다녔는데, 업소에서 노래를 부를 때 항상 곁에서 기타를 쳐주던 사람의 따뜻한 마음에 이끌려 1960년 20살에 그와 결혼합니다. 그는 이미자 씨가 무대에 설 때, 목이 허전해 보인다며 목걸이를 선물해 주던 자상한 남자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무섭게 돌변합니다. 1964년 신곡으로 동백 아가씨를 냈는데 9개월 만삭의 몸으로 노래를 녹음했다고 합니다. 그의 딸도 태어나고 노래는 어마어마하게 히트했습니다. 국내 가요 사상 최초로 가요 프로그램에서 30주 넘게 1위를 기록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25만 장이란 엄청난 음반 판매액을 올리며 집과 전화 그리고 자동차를 장만할 만큼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쥐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이미자 씨가 벌어온 돈을 다 날리고 집도 날리고 심지어는 빚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워낙 호인이라 거절하지 못하고 남의 부탁을 다 들어주는 스타일이었다고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동백아가씨는 어이없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기까지 합니다. 남편은 아내에게 손지검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두 사람은 결혼 6년인 1966년 이혼합니다.
딸과의 만남 이후, 재혼
이때 어린 딸 정재은이 겨우 두 살 때였습니다. 어쩌면 이런 것도 이미자 씨 팔자랑 똑같은지 그 후 정재은 씨는 평생 딱 3번 엄마 이미자 씨를 만났다고 합니다. 첫 번째 만남은 부모님의 이혼 후 아버지와 살다가 7살이 되던 해였습니다. 손녀가 너무 짠하다고 생각한 외할아버지가 아버지 몰래 이미자 씨의 집에 데려가 모녀가 함께 사흘을 지냈습니다.
그때 이미자 씨는 딸에게 물어봅니다. 자기랑 같이 살지 않겠냐고 하지만 딸은 불쌍한 아버지를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어린 나이에 그녀는 이미 아버지를 먹여 살리고 있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지방 공연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며 아버지의 수입원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린 정재연이 당시 했던 말이 “엄마는 나 없어도 괜찮지만, 아빠는 나 없으면 안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모녀는 헤어지게 되었고 그다음에 1971년 이미자 씨는 다른 사람과 재혼하게 됩니다. KBS PD였던 사람인데 학벌이며 인물 그리고 집안이 아주 좋은 사람이었고 당시 최고의 명문이라 할 수 있는 경기고에 서울대를 나왔고 종가집 장손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 집안에서는 격렬하게 반대했습니다. 나중에 이미자 씨가 아들을 하나 낳고 나서야 비로소 시댁에서 그녀를 인정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댁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라도 그녀는 딸을 외면했는지도 모릅니다.
딸의 결혼식에 모습을 보일 수 없었던 이미자
이렇게 능력 있는 여인이 옛날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한편, 딸 정재은 씨는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도와 지방을 돌며 무대에 서다가 불과 9살이라는 나이에 데뷔하기도 합니다. 먹을 것은 대충 단원들이랑 해결할 수 있었지만 잘 곳을 마련하지 못해 비닐하우스에서 자기도 했고, 또는 여인숙을 전전했는데 내가 이미자의 딸이라고 하며 잠 동냥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성장한 딸은 물망초라는 곡을 취입해 일본에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항구라는 곡을 불러 레코드 판매 부문에서 조용필 씨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그런데도, 1986년 아버지가 큰 빚을 지자 일본으로 도피해 버립니다. 아버지의 큰 빚을 떠안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어머니한테 연락하지 않았다고, 대신 이듬해 1987년 당시 곁에서 자신에게 따뜻하게 해주었던 5살 연상의 남자와 결혼을 결심합니다. 그런데 막상 결혼을 앞두자 어머니 생각이 간절해졌고 정재은 씨는 어머니 이미자 씨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습니다.
그러나 이미자 씨는 끝내 결혼식장의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결국 딸은 부모님 없는 쓸쓸한 결혼식을 올려야 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미자 씨를 ‘독한 어머니’라 욕을 했습니다. 딸의 입장에서 보면 독한 엄마 맞습니다. 하지만 이미자 씨의 입장에서 보면 자기가 결혼식장에 나타날 경우 대서특필될 것이고. 이제 겨우 자리 잡은 자기 가정과 사춘기 자녀가 흔들릴 수도 있고 시댁의 눈총을 피하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평생 세번, 우연히 만난 부녀
1987년 이혼 직후 우연히 공항에서 이미자 씨를 만났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혼한 딸을 위로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잘 살지 그랬니..”라는 한마디였습니다. 얼핏 듣기에 냉정한 말 같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의미가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자기 딸마저 자기 전철을 밟는 것이 얼마나 속상해 하지만 딸은 그런 엄마가 한없이 원망스러웠겠죠.
비행기 안에서 내내 울었다고 하는데 그런 말밖에 하지 못하고 떠난 이미자 씨는 마음이 편했을까요? 그리고 또 한 번은 10년 후 1997년 스포츠센터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그때도 이미자 씨는 사람들 눈을 의식하며 아무 말 없이 떠났다고 합니다. 사람들 눈이 뭔지 이렇게 딸은 엄마를 평생 딱 세 번 만났다고 합니다.
이미자, 정재은 모녀 극적으로 상봉했나?
정재은 씨는 과연 뭐라고 했을까요? 놀랍게도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복잡한 가정사가 있다. 자신은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으며 어머니에게 좋은 유전 유전자를 물려받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2005년 인터뷰에서는 이런 말도 했습니다. “나도 이혼해보니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의 인생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또한 어머니와 한 무대에 서면 쓰러질 것”이라는 말로 어머니를 향한 지난 그리움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엄마랑 해보고 싶은 딱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엄마랑 포옹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에 이미자 씨는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전 남편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당신 호적에서 재은이를 지우면 내가 키우겠다.” 그러나 남편이 호적 정리를 허락하지 않자 단호하게 연락을 끊었다고 합니다. 2020년특종 김 기자가 간다`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자가 직접 나와 이렇게 증언합니다. 2018년도에 정재은 씨에게 연락받았다고 하면서 어머니 이미자 씨와 만나, 많은 것을 잘 정리했고 그동안 서로 마음속에 쌓인 앙금 등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재은 씨는 다시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고 어머니의 공연에서 자기가 노래를 부르고, 자기의 무대에 엄마가 함께 서주는 그런 공연을 만드는 게 평생의 한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일을 추진했으나, 안타깝게도 일본 측과 저작권 관련 협상이 잘 안되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까지 터져서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쉽게 오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일이 꼭 성사될 거라며 기대를 심어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