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대한민국 대표팀이 중국을 가볍게 찍어 누르며 조금 들떠 있는 동안 인도네시아는 사상 첫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하며 전 국민이 신태용 이름 세 글자를 외치며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번 승리에는 경기 직전 놀라운 결단을 내린 신태용 감독의 전략이 신의 한수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또 한 번 마술 같은 승리를 가져온 신태용 감독의 활약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인도네시아의 갤로라붐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f조 최종전에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필리핀을 상대로 2대 0 완승을 거두며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최초 월드컵 최종 예선 진출
경기는 인도네시아가 초반부터 압도하며 공격을 퍼붓는 양상으로 흘러갔습니다. 필리핀 선수들도 몸을 던져가며 공격을 막았지만 계속 골찬스를 허용하며 결국 전반 30분 만에 첫 골을 먹히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후반 11분 인도네시아의 리즈키 리도 선수가 헤더로 추가골을 기록하며 격차를 벌리고 나갔습니다. 두골이나 먹힌 후에도 필리핀은 경기의 흐름을 뒤집지 못했고 최종 스코어 2대 0으로 인도네시아가 승리를 차지하게 되었죠.
이번 승리로 승점 3점을 추가한 인도네시아는 김상식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의 추적을 뿌리치고 조 2위로 최종 예선에 올라가게 되었는데요. 이는 인도네시아 축구 역사상 최초로 일어난 일이었죠. 동남아 축구 최악체였던 인도네시아가 단 몇 년 만에 라이벌 베트남을 완전히 추월해 버리고 대기록을 이어나갈 수 있게 만든 신태용 감독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CNN 인도네시아는 경기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장은 팬들의 함성으로 가득 찼고, 팬들은 신태용 감독의 이름을 외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신태용 감독과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축하와 감사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최종 예선에 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것은 새로운 역사다.”라며 “신태용 감독이 인도네시아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며 찬사를 보냈죠.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은 이번 결과에 열광하며 밤새 축제 분위기를 이어나갔는데요. 반면 신태용 감독은 기쁨을 자제하며 냉정한 태도로 다음 3차 예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장에서 선수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었다.”며 선수들에게 이번 승리의 공을 돌렸습니다. 그러면서도 “만만한 상대는 없다. 인도네시아는 피파 랭킹 134위로 3차 예선에 진출한 팀 중 최악체일 것”이라며 현재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전력을 냉정하게 평가했는데요.
하지만 그럼에도 “꿈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 월드컵 진출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뜨거운 심장과 냉철한 머리를 가지고 있는 신태용 감독이기에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놀라운 전략
이번 2차 예선이 시작될 때만 해도 분위기가 영 좋지 못했었지만 신태용 감독의 지휘 아래 이번에도 최고 시청률의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는데요. 지난해 11월 이라크에 1대5로 대패하고 최악체였던 필리핀과 1대 1 무승부를 거두며 불안하기 시작했었지만 3월 베트남을 상대로 2연승을 달성하고 이번 필리핀전 완승으로 역전을 이루어내며 최종 예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이번 승리 뒤에 신태용 감독의 놀라운 전략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을 경탄하게 만들었는데요. 경기 후 단체 기자회견에서 한 인도네시아 기자가 이번 경기를 보면서 들었던 의문점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왜 인도네시아 대표팀 선수들이 흰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냐는 것이었는데요.
이번 경기는 인도네시아 홈에서 열린 경기였기에 본래라면 홈 경기용 빨간 유니폼을 입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기에서 인도네시아 대표팀 선수들은 원정 경기용 유니폼인 흰색 유니폼을 입고 뛰었죠. 이 질문에 대해 신태용 감독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답했는데요. 하얀색 유니폼은 일단 상대보다는 좀 크게 보이는 경우가 있고요. 또 여름에는 사실 우리가 날씨가 덥기 때문에 빨간색보다는 흰색이 선수들한테 더위를 좀 더 그래도 좋게 해주기 때문에 더웠던 것이고, 신태용 감독에 따르면 흰색 유니폼을 입은 첫 번째 이유는 상대보다 커 보이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축구에서 선수들의 체격 역시 중요한 부분이며 특히 유럽이나 한국보다 평균 신장이 많이 작은 동남아 팀 간의 대결에서 이는 충분히 어드벤티지가 될 수 있는 요소이죠. 두 번째 이유는 선수들의 체력 관리였는데요. 다들 아시다시피 정말로 더운 날씨에는 검은색 옷보다 흰색 옷을 입는 게 훨씬 시원합니다. 이는 흰색 옷이 태양광을 반사하기 때문이죠. 아직 본격적인 여름도 아닌데 유니폼까지 바꿔가며 체력 관리를 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한데요.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현재 이미 여름이나 다름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동남아를 강타한 이상기후들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40년 만에 가장 더운 날씨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인도네시아 대표팀에는 비교적 시원한 유럽에서 뛰던 선수들이 대거 합류했고 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살던 이들보다 더위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고, 이번 경기에서 흰색 유니폼을 입힌다는 기발한 방안을 떠올린 것이죠. 이 덕분인지 후반까지 체력을 유지하며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은 인도네시아 선수들은 필리핀 선수들의 분투에도 마지막까지 수비가 뚫리지 않고 2대 0으로 완벽하게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경기전 유니폼 교체 요청
그런데 사실 이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유니폼이 신태용 감독을 골치 아프게 만들었던 물건인데요. 지난 3월 신태용 감독은 올해 초 새롭게 바뀐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유니폼을 교체해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새롭게 제작된 대표팀 유니폼의 땀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통기성도 낮아 선수들의 지구력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었죠. 신태용 감독은 유니폼을 제작한 인도네시아 스포츠용품 메이커 에르스고의 CEO에게 직접 항의하기도 하는 등 유니폼을 바꿀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했었습니다.
이런 유니폼까지 감독이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인가 싶기도 했지만 신태용 감독은 불안 요소를 1도 남겨둘 생각이 없었죠. 그런데 에르스고는 이런 신태용 감독의 요청에 앞에서는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면서 뒤로는 조롱하는 듯한 영상을 올렸는데요. 에르스고의 CEO 무하마드 사다드는 자신의 SNS에 숟가락으로 인도네시아 대표팀 유니폼에 물을 떨어뜨리는 영상을 게재했습니다. 땀이 흡수되지 않는다는 신태용 감독의 말을 반박하는 것으로 영상 하단에는 신태용 감독님의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라는 조롱성 문구를 달았죠.
하지만 이는 오히려 더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는데요. 인도네시아 네티즌들이 애를 쓰고 CEO를 강력하게 비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한 네티즌은 그냥 물로 적시는 것과 실제로 격하게 운동하는 상황에서 노폐물이 섞인 땀이 흡수되는 것은 전혀 다르다며 옷을 만들고 입어보기는 하냐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제대로 된 테스트가 아닌 아마추어적인 테스트라며 이렇게 테스트하면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원단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죠.
또한 이렇게 테스트하는 것은 신태용 감독을 믿지 않는 것이라며 그는 비판을 수용하는 게 아니라 거부하고 있다. 이건 동네 유니폼이 아닌 국가대표의 유니폼이라는 걸 기억하라고 강력하게 비판했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요청에 조롱으로 답한 에르스고의 대처에 분노한 인도네시아 축구 팬들은 보이콧 해시태그를 달고 에르스고 불매운동까지 시작했습니다. 결국 에르스고는 당장 대표팀 유니폼을 새로 제작하겠다고 항복을 선언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히딩크 감독에 버금가게 된 신태용 감독의 영향력을 우습게 본 대가를 치른 것이죠.
베트남 김상식 감독 아쉽게 탈락
신태용 감독의 계속되는 활약으로 한국 감독의 몸값이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데요. 다만 신태용 감독을 제외한 다른 한국 감독들은 이번 예선전에서 울어야 했습니다. 같은 조 베트남 대표팀의 감독을 맡고 있는 김상식 감독은 인도네시아와 이라크의 진출이 확정되면서 이라크와의 최종전을 치르기도 전에 월드컵 예선 탈락이 확정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김상식 감독에게 이번 탈락의 책임을 묻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김상식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인 5차전에서 필리핀을 상대로 3대 2로 승리하며 감독으로서 첫 승리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연패를 마감시켰었습니다. 전임 감독인 트루시에가 망쳐놓은 팀을 수습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칭찬을 받아 마땅했고, 베트남 축구 팬들도 김상식 감독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김판곤 감독이 이끄는 말레이시아 대표팀은 운이 안 좋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데요. D조 최종전에서 말레이시아가 대만을 상대로 3대 1로 승리했지만 직후 2위 경쟁팀이었던 키르기스스탄이 오만을 상대로 1대 1로 무승부를 거두며 순위가 밀리게 되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했음에도 지난 3월 오만에 2연패를 했던 것이 뼈아프게 작용한 것입니다. 말레이시아의 최종 성적은 3승 1무 2패로 승점 10점인 반면 히르기스탄은 3승 2무 1패 승점 11점으로 단 1점 차이로 월드컵 최종예선 진출이 무산되고 만 것입니다. 축구 전문가들은 충분히 3차 예선에 진출할 만한 실력이었지만 조 운이 너무 안 좋았다고 평했습니다. 많은 이들을 웃고 울게 만든 월드컵 2차 예선이 마무리됐고, 월드컵 3차 예선은 오는 9월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우리 한국대표팀은 5승 1무를 기록하며 조 1위와 최종 예선 톱시드를 확정지었는데요. 손흥민 선수는 2차 예선에서만 7골을 터뜨리며 카타르의 알모에즈 알리와 함께 득점 공동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3차 예선도 무난하게 통과하고 다시 월드컵 무대에서 캡틴 코리아, 손흥민 선수가 뛰는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차 예선 조추첨은 오는 6월 27일 목요일에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 본부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한국 입장에선 피해야 할 몇 개 조가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인도네시아를 피해 신태용 감독도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