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갓 데뷔한 신인 배우 故 최진실은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어 마지막에 불타는 초가집에 갇혀 생을 마감한다는 설정으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한겨울이라 날씨가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불길이 급작스레 타오르게 됩니다. 적당히 불이 붙는 듯하면 밖으로 나와야 했는데, 갓 데뷔한 신인이었던 최진실은 고지식하게도 아직 감독님의 컷 소리가 나지 않았다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모두 어, 어하는 사이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으면서 스태프들은 그녀의 존재를 까맣게 잊은 채 모두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결국 이때 매니저를 겸하던 그녀의 어머니가 “진실이 어떡해요. 진실이 안 나왔어요.라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려 하자, 그제야 그 사실을 안 스태프들이 “소화기, 소화기 빨리”를 외쳐대기 시작했습니다.
초가집이 활활 타오르며 정식이 아득해 누구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사이, 과감히 소화기를 뿌려대며 안으로 뛰어 들어가 최진실 씨를 둘러업고 나오는 한 남자가 있었으니 바로 배우 이덕화였습니다. 당시 불길이 얼마나 강했던지 최진실을 업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입고 있던 고급 점퍼가 심하게 그을려 입을 수 없을 정도였고 또한 비싼 가발마저 다 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후 이덕화는 최진실 씨를 만나기만 하면 가발값이랑 점퍼값을 물어내라고 했지만, 생명의 은인으로 그 은혜를 어떻게 점퍼와 가발값으로 갚을 수 있겠냐며 최진실이 본인의 자서전을 회고하기도 했던 그야말로 상남자 이덕화 씨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갑작스러운 사고
1952년 영화배우 故 이예춘의 아들로 태어난 이덕화는 비교적 어린 나이로 공채 배우에 합격해 아버지를 따라 연기계에 입문했습니다. 이후 액션, 멜로 등 못 하는 게 없는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두 살 동생 전영록이 오토바이를 샀으나 아버지가 절대 타지 못하게 한다며 안타까워하자 이때 이덕화는 그걸 잠시 빌려 탄다는 게 시내버스와 충돌하여 수십 미터를 끌려가는 엄청난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당시, 이 사고가 얼마나 큰 사고였냐면 각 일간지 사회면에 기사가 실릴 정도였고 또한 중환자실에서만 무려 10개월 정도를 보내며 생명이 위독해져서, 당시 의사와 간호사들이 이덕화 때문에 긴급 호출되는 일이 비일비재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의 아버지였던 원로 배우 이예춘이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선 채로 의식을 잃어, 실금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아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며 당시 그는 비명으로 일어나 비명으로 잠들 정도로 매 순간이 위기였고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이제 나도 하늘로 가는구나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었습니다. 이때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던 지금의 아내가 이덕화를 위해 헌신하며 간호하자 마침내 일반 병실로 옮기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의 결혼
한편 그의 아내 김보옥은 어린 시절부터 한마을에서 함께 자란 사이로, 당시 마을 어르신들이 그녀에게 이쁜아, 이쁜아라고 부르자 이덕화도 따라서 이쁜아~라고 부르다가 연인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후 이덕화가 사고로 병원 신세를 질 때, 대소변까지 다 받아주는 수준으로 간호하자 이에 감동한 이덕화는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 그렇게 아내의 극진한 간호 덕분에 마침내 연예계에 복귀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습니다.
총선 출마
그러다 1992년 LA 교포 위문 공연을 갔던 그는 우연히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딸을 만나면서 또 한 번 인생에 있어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됩니다. 당신은 14대 대통령 선거가 한창일 때로 이덕화는 친구에게 “너희 아버지 대통령 출마하셨지?”라고 하니 친구가 그에게 “덕화야 니가 우리 아버지 좀 도와주라”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귀국 후 별다른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한 모임에 나갔더니 당시 대선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김영삼을 만났더니 대뜸 그에게 “너 왜 연락을 안 하느냐?”며 친근감을 표하자, 그때부터 그는 정치는 몰라도 내 친구 아버지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물불 가리지 않고 지원 유세를 했습니다. 이후 김영삼의 힘으로 공천을 받아 15대 총선까지 출마했으나 불과 1,447표 차이로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낙선의 이유로는 서민적 이미지가 약했기 때문인데, 먼저 국회의원으로 출마했던 故 이주일이 당시 인기에만 연연하며 돌아다니는 이덕화에게 너 그러면 진다. 최대한 불쌍해 보이도록 물도 마시지 말고 마른 입술에 다녀라.라고 조언했음에도 본인의 유명 연예인 신분을 맹신한 탓에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때 그는 선거에 많은 돈을 쏟아 부어서 재기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고 맙니다. 당시 정치자금법을 잘 몰라서 선거에 나갔다가 떨어져도 쓴 돈을 다시 돌려주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쫄딱 망하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또한 낙선 이후에는 사람들이 자기 얼굴을 다 아는데 여러 말들이 나올 것 같아 심각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고 사람들이 없는 무인도로 무작정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후 3년 동안이나 무인도에서 혼자 지내며 물고기랑만 이야기하고 지내게 됩니다. 그렇게 그는 오랜 시간 술에 빠져 지내면서 원망도 많이 하고, 후회도 많이 했지만 결국 자신이 다 자초한 일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이때 한 지인이 그에게 “4년 동안 국회의원 배지다는 맛에 살래? 아니면 반평생 함께해 온 사람들이랑 세상 떠날 때까지 연기할래?”라는 그 말 한마디에 다시는 정치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하고 연예계에 복귀하게 됩니다. 그렇게 연기자로 재기한 뒤에는 여러 드라마에 출연하며 제3의 전성기를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20대 때도 사고를 당해서 큰일 날 뻔했지만, 사고운이 없는지 50대에도 큰 사고로 생을 마감할 뻔 하게 됩니다.
낙마 사고
당시 그는 드라마 ‘대조영’을 촬영 중 말에서 마차로 옮겨 타는 장면을 찍다가 땅으로 떨어져 전치 8주에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었습니다. 또한 이때 아래턱을 심하게 다쳐서 앞니 다섯 개를 모두 잃어버려 결국 전부 임플란트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동안은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이후 그는 다시 건강을 회복해 쉬지 않고 연기 활동을 하며 현재까지도 진행형 대배우가 되었습니다.
탈모
한편 이처럼 그의 인생에는 총 4번의 고비가 있었습니다. 오토바이 사고, 총선 출마, 드라마 촬영 중 낙마 사고 그리고 마지막은 젊은 시절부터 찾아온 탈모였습니다. 누구나 알 수 있듯, 현재 그의 머리는 가발로 한때 사고 후유증 때문에 머리가 타버려서 그랬다라는 루머도 있었으나 그의 탈모는 사고 이전부터 있었습니다.
사실 그의 아버지였던 이예춘도 일제 발모제를 쓰다가 냄새 때문에 상대 여배우한테 면박을 받기도 하는 등 2대가 탈모로 고생해야 했습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매니저의 가장 큰 업무가 가발을 가지고 다니면서 맞춰주는 것이라는데, 실제로 90년대에도 교통사고가 났을 때 개인적인 일로 멀리 있던 매니저가 기자보다 빨리 다가와서 황급히 환자의 머리에 가발을 씌워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총선 실패로 한창 힘들어할 때도 가발회사 하이모와 광고를 찍으면서 다시 화면에 나올 수 있게 되었는데 이후 당당한 탈모인으로서 20년이 넘게 현재까지도 자신의 인생을 바꿔준 하이모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故 이주일과의 인연
그리고 이덕화에게는 가발에 대한 슬픈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코미디언 이주일과는 나이를 초월해서 거의 절친에 가깝게 지내던 사이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주일 씨가 말년에 폐암 진단을 받고 병세가 너무 심각한 수준이라서 그달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통보받게 됩니다.
이 사실을 이주일 본인에게는 알릴 수 없었던 병원 측은 가까운 주변인인 이덕화에게는 알려주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운명을 모르던 이주일은 퇴원하면 쓰려고 한다며 가발 모델로 활동하던 이덕화에게 맞춤 가발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이덕화는 이주일이 원하는 대로 가발을 맞춰주게 됩니다. 그렇게 이덕화가 맞춰온 가발을 쓴 이주일은 매우 흐뭇해하면서 “내가 완치되면 이 가발을 쓰고 미국을 다녀온다.”라고 하자, 당시 이덕화는 가슴이 아파서 눈물이 핑 돌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2주일 뒤 이주일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덕화가 고백하길 “내가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인생의 바닥을 경험할 때, 그래도 내가 살아갈 수 있었던 건 바로 우리 아내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는 내 모든 재산을 아내에게 넘긴 지 오래됐고 필요할 때마다 용돈을 타 쓴다. 고로 세상의 모든 남편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무조건 아내에게 복종하고 살아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