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탄하게 살아왔을 것만 같은 이 배우의 안타까운 근황” 그리고 박순천과의 인연에 대해 알아보세요.

사랑의 굴레의 한정숙, 조선왕조 500년의 인수대비, 전원일기의 큰 며느리, 이 역할들은 전부 배우 고두심 씨가 맡았던 배역입니다. 그녀는 지상파 연기대상 최다 수상자이자, 방송 3사와 백상 예술대상에서 모두 대상을 받은 유일한 배우이기도 합니다. 이런 전무후무한 기록은 그녀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연기력을 지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늘 화려하게만 보이는 배우 고두심 씨의 인생에도 그늘은 존재했습니다. 오늘은 부족함 없이 보이는 그녀의 과거 그리고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통해 인간 고두심의 인생에 어떤 굴곡이 있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박순천
👉“대한민국 현역 최고령 여배우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만큼 힘든 인생사” 어떤 이야기인지 확인해 보세요.

제주도 처녀 고두심

고두심 씨는 제주 고씨로, 뼛속부터 제주 사람입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여전히 제주 사투리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녀는 어린 시절 무역회사를 운영한 부친 덕에 상당히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습니다. 한편 그녀는 어릴 적부터 배우를 꿈꿨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서울로 상경하고자 결심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혀 그녀의 계획은 무산되고 맙니다.

처녀들을 뭍으로 내보내지 않던 당시 제주의 풍습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유학 중인 오빠의 밥을 해주기 위해 상경하겠다라는 나름의 명분을 내세워 육지로 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것입니다. 집안의 반대에 무작정 반기를 들 수도 있었을 텐데, 꾀를 써서 원하는 바를 이룬 고두심 씨의 모습이 참 지혜로워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배우가 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가 얼마나 컸는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울로 상경한 고두심 씨는 일단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 생활하면서 배우의 기회를 엿보았습니다.

배우 데뷔

그리고 서울살이 2년 뒤인 1972년 MBC 공채 5기에 1등으로 입사했지만 잔심부름 단역만 전전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수입이 없어 생활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연기를 그만두고 다시 회사 생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을 눈여겨봤던 드라마 피디에게 발탁되어 갈대라는 작품으로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이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며 지금은 대배우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의외로 자신이 맡았던 배역들의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아쉬움은 바로 국민 엄마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고두심 씨는 단 한 번도 처녀 역할을 맡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아줌마나 할머니 역할만 맡았다고 합니다. 여배우로서 절절한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은 로망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서사의 주인공이 되어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 아쉬움은 바로 너무 어려운 배역들만 주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엄마 역할을 주로 맡은 고두심 씨는 억척스러운, 흔들리지 않는 이런 이미지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끊임없이 투쟁하고, 갈등을 겪는 등등의 캐릭터들을 부여받게 되었습니다. 무거운 역할을 맡은 만큼 그녀는 작품마다 연기력의 한계를 시험받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정치계 러브콜

그렇다면 고두심 씨는 대체 왜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배우의 길을 꿋꿋이 걸어간 것일까요?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녀는 정치계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은 적도 있는 사람입니다. 사실 그녀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고두심 씨가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누구보다 안정적으로 정치계에 입문하리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녀가 정치인의 길을 간다면 배우와는 또 다른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아무리 봐도 긍정적인 부분만 넘쳐나는데 그녀는 대체 왜 정치 제안을 거절한 것일까요? 고두심 씨는 정치 입문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길은 배우이다. 어릴 때 꿈이었고 그걸 이루는 삶에 만족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녀는 그 무엇보다 연기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연기 인생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아쉬움 정도는 충분히 안고 갈 수 있을 정도로 연기를 사랑했던 것입니다. 나아가 왜 고두심 씨를 일컬어 ‘뼛속까지 배우’라고 하는지 제대로 알 것 같습니다. 그녀의 롱런 비결에는 뛰어난 연기력과 열정 그리고 훌륭한 인성이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박순천과의 인연

‘전원일기’에 출연한 고두심 씨와 박순천 씨는 오랜 절친으로 유명합니다. 박순천 씨는 ‘전원일기’에서 보여준 특유의 밉상스러운 캐릭터 때문에 드라마에 과몰입한 시청자들에게 꾸중을 듣거나 욕을 먹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 번이면 몰라도 이런 상황이 여러 번 반복되면 자연스레 “나는 왜 이런 캐릭터를 맡아서 미움만 봤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런 박순천 씨에게 고두심 씨는 “네가 맞는 거야. 나도 사실 너처럼 살고 싶어.”라며 미움만 받는 박순천 씨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오히려 지지해주었다고 합니다. 이런 응원 덕분에 박순천 씨는 자신의 캐릭터를 미워하지 않고 오랫동안 ‘전원일기’에 출연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박순천 씨는 “여자, 부인, 엄마, 딸, 며느리, 모든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은 분이에요.

그리고 언니는 후배들에게 커피 심부름조차 시키지 않고 오히려 주기만 하세요. 어떤 때는 자신보다 남을 더 챙겨서 걱정될 정도였어요.”라고 고두심 씨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갑작스러운 이혼 소식

1988년 고두심 씨가 18년 동안 함께한 남편과 이혼했다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혼의 이유를 남편의 사업 실패 때문이라 밝혔지만, 사실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될 내용은 아닙니다. 처음 그녀의 전남편이 사업에 실패했을 땐 사업가로서의 자신감만 잃어버린 것이었기 때문에 금방 그 상황을 이겨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사업에 실패했을 때, 그녀의 전남편은 사업가로서, 남자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모든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던 고두심 씨도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내이기에 남편에게 힘이 되고자 응원도 하고 곁을 지켰지만, 이 모든 건 남편에게 오히려 부담일 뿐이었다고 합니다.

즉 사업 실패로 큰 상처를 받은 전 남편은 남자의 자존심까지 완전히 무너져 내려 아내의 따뜻한 위로조차도 상처와 부담으로 받아들였던 것입니다. 결국 두 사람의 이혼은 사업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또는 가정의 불화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배우가 된 고두심 씨의 아들 김정환 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방송이 방영되었습니다. 그는 바닷가 둔치에 앉아 그동안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바로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혼한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꺼내는 게 조심스러울 법도 한데, 김정환 씨는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보지 못한 게 정말 괜찮나요?”라는 다소 의아한 질문을 했습니다.

그런데 고두심 씨의 대답은 더 의아했습니다. “괜찮지 않다. 내가 진짜로 좋아한 남자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평생 예쁘게 살아봤어야 했는데, 그냥 먹먹해지고 뭉클하더라.”라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에는 전남편에 대한 그리움 애틋함 애정이 녹아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을 미워해서 이혼한 게 절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너무나 큰 상처를 받은 남편을 배려하기 위해서 이별을 택한 것일지도 모르는 일 입니다.

뒤이어 김정환 씨가 꺼내놓은 상자의 내용물을 보고 나서 먹먹한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항상 지니고 다녔던 물건이라며 꺼낸 상자엔 고두심 씨의 영화 포스터, 기사, 사진 등등 그녀의 옛날 모습부터 최근 모습까지의 사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고두심 씨를 향한 남편의 절절한 그리움이 그 상자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의 세월이 차곡차곡 담긴 상자를 본 고두심 씨는 “다 내 얼굴이네. 왜 이렇게 가지고 다녔을까? 미워서 갔으면서….”라고 담담히 말했지만, 남편이 남기고 간 상자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는 감히 헤아리지조차 못할 여러 감정이 녹아 있는 듯했습니다. 거의 연인을 그리워하는 고두심 씨의 모습을 보니 그동안은 알지 못했던 그녀의 인간적인 모습들이 보이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여전히 깊이 있는 연기로 많은 감동을 선사하고 있는 고두심 씨가 아들과 박순천 씨의 바라는 것처럼 이제 주변에 의지도 하고 기대면서 조금이나마 편안한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관련 영상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You may also like...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You cannot copy content of this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