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문화 특성 분석

우리나라 청소년 문화 특성

문화(文化)를 일컫는 영어의 ‘Culture’는 원래 ‘경작하다’, ‘재배하다’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 ‘colore’에서 파생되었다. 사실 문화라는 개념은 매우 복잡하게 형성되어 왔다. 문화란 지적인 삶과 예술에서 예상되는 행위 작용으로 특수화된 내적 과정을 뜻하는 말이며, 전반적인 삶의 양식에서 예상되는 구성 작용으로 특수화된 일반적 과정을 뜻한다. 문화는 원래 ‘자연스러운 성장의 육성’을 의미하고 있으며, 이후 비유적 의미로써 ‘인간을 배양하는 과정’을 뜻하게 되었다.

그리고 후자의 의미로써, 무엇을 육성한다는 뜻에서, 문화는 18세기와 19세기에 이르러 독자적인 의미를 갖게 되었다. 이러한 문화는 크게 세 가지 범주에서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첫 번째는 ‘이상’이다. 문화는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있어서 인간의 완성 형태 혹은 완성의 과정이다. 처음에 문화는 곡식을 기르는 의미와 연결되어, 경작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차츰 문화는 개인의 정신 개발을 묘사하는 단어가 되었으며, 그 뒤에는 개인의 능력개발 전반까지 문화의 영역에 포함되었다. 이후 문화는 사회적, 역사적 의미의 과정과 발전까지 포괄하는 의미가 되었다.

두 번째로 문화는 ‘기록’이다. 문화는 “세밀한 방식으로 인간의 생각과 경험을 다양하게 기록하는 지적이고 상상력이 깃든 작품의 총체”이다. 즉 예술과 예술적 활동으로서의 문화를 의미한다. 세 번째로 문화에 대한 ‘사회적’ 정의가 있다. 이 경우 문화는 제도나 일상적인 행위에서 어떤 의미나 가치를 표현하는 특정한 삶의 방식을 말한다. 이것은 청소년 문화와 같이 협소하고 특징적인 세대의 문화 분석을 통해 그들의 삶과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으로써 문화의 형태를 살펴볼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전해준다.

일반적으로 청소년 문화란 특정 시간과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이 함께 공유하는 그들만의 특별한 문화, 청년만이 공유하는 행위 양식이나 사고방식 또는 여러 가지 스타일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청소년 문화란 오늘의 청소년 집단이 살아가는 총체적 삶의 유형으로서, 청소년의 연령기를 지나면서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특정 부류의 청소년 집단이 그들의 가치관, 언어, 몸짓, 여가시간 활용, 취향, 인간관계 등 일상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생활 유형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영역에 따라 청소년 문화에 대한 접근법도 다르다. 심리학과 상담학의 입장에서는 청소년 문제의 해결을 위해 청소년 문화의 육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교육학과 사회학에서는 청소년 대책의 일환으로 청소년 문화가 육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청소년들은 유별난 언어, 언어적 진술을 통해 서로의 의미를 주고받으며 유행 수용에 적극적이고 빠른 것이 그 특징이라는 주장과 함께 일반유형, 반문화 유형, 비행 문화 유형으로 분류하기도 하며, 청소년 문화는 소비지향적, 놀이 지향적, 쾌락 지향적 속성 속에서 무력, 무능, 무감각의 3무(三無) 문화라고 지적되기도 한다.

이상의 내용들은 청소년 문화를 소개하는 가장 일반적인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을 오늘날의 청소년 문화로 생각하고 있다면, 청소년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의 문화는 한 번도 고정된 자리에 위치하지 않는 변화무쌍함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년 문화라는 개념은 청소년에 대한 명칭의 변화라던가, 청소년이라는 개념의 역사적 변화 과정처럼 다양한 알력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또한 청소년이 아동과 성인 사이에서 미자립과 반자립의 지위를 겪었듯이, 청소년 문화도 단순히 청소년이라는 연령대의 문화로 단정 짓기에는 좀 더 복합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 문화는 생물학의 보편성이 아니라, 제한된 조건하에서 특정한 순간에 나타나는 가변적인 사회 문화적 구성물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청소년 문화를 언급한 것은 1970년대 중반 한국 사회교육의 전망이라는 범주에서부터 이다. 그러나 당시 사회교육은 결국 청소년 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뒤 1980년대 초에 청소년 교육과 청소년 문화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관심이 제기되었다. 전통적으로 양반이나 지도층 위주로 교육을 생각해 왔기 때문에 문화에 대한 교육적 관심이 없었으나, 교육이 보편화된 지금에 와서 교육이 문화나 삶과 유리되어 있다는 반성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후 1980년대 초, 중반에 이르러 정부나 관련기관들이 청소년에 대해 구체적 관심을 표명하기 시작하여, 당시의 총리실, 문교부, 문공부, 체육부 등의 관련 부처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대기업 등으로부터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실질적인 후원이 시작되었다. 다시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 청소년 문화를 한국 사회교육의 과제로 인식하였으며, 청소년 개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집단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청소년의 이해관계에 관련된 사회문제를 사회교육과 관련시켜서 논의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소비문화의 영역이 확장되자, 그동안 가지고 있던 대항 문화로서의 정치적 의식과 저항의 형태는 급속히 약화된다. 우리나라에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청소년 문화는 포스트 하위문화 시대에 이르러 매스 미디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된 기호의 공유, 소비에 있어서 주류의 도약 등으로 변화하게된다. 기존에 언급되던 청소년 문화의 차별적 특성으로서 저항의 형태가 사라지고, 오히려 문화자본으로서 혹은 구별의 기호로서 파악되기 시작했다.36) 저항조차도 하나의 스타일이 되어버리는 시대에서 소비의 미덕만이 청소년 문화의 성격을 변질시켰으며, 거꾸로 주류문화 속에서 청소년 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청소년 문화는 1990년대말 인터넷의 보급과 함께, 그리고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다시 한 번 급격히 변화하게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은 청소년들에게 정보의 공유와 연대의 수단이 되었으며, 수백 년의 역사 속에서 유동적이었던 스스로의 위치와 문화를 재구성할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지금 그 변화에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문화연구에서 청소년 문화는 그 연령대의 특성상 주류/지배문화와 대립되는 의미에서 하위문화로 간주되어왔다. 그러나 하위문화에 대한 많은 이론에서 하위문화는 지배문화에 대한 ‘저항’의 문제를 핵심으로 다루고 있다. 하위문화로서 청소년 문화는 주류문화이자지배 문화인 기성세대의 문화에 대해 끊임없이 저항해왔다.

이렇게 청소년 문화는 하위문화로서 그리고 대항문화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그 문화들 사이의 어딘가에서 저항에 대한 양식화된 형태로 표상되어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들 역시 우리나라 청소년 문화를 설명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문화는 서구에서 처럼 대항문화의 성격을 갖지는 못했다. 이것은 주체성과 능동적 행위와 관련이 있다.

1960년 4·19 혁명을 촉발시킨 당시 청소년들의 주체성과 참여의식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과 1987년 6월 항쟁 등에서 간헐적으로 등장할 뿐 오랜 세월 동안 군부독재의 체제 아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의 문화 아래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아울러 청소년의 저항과 일탈은 올바르지 못한 것으로 간주되어 선도대상이 되었으며, 교정의 의미로써 철저하게 훈육되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청소년 문화가 지배문화에 비해 불균질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서 우리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이처럼 윌리엄스는 문화의 개념을 “삶의 여정이자 흔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기서 윌리엄스가 말한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는 매튜 아널드(Matthew Arnold) 같은 비평가가 말했던 “인간의 사고와 표현의 뛰어난 정수”라는 의미의 문화개념이나 영국의 문학비평가 프랭크 리비스(Frank Leavis)가 말했던 “최선의 문화와 최악의 문화를 구별하고 걸러내는 역할로서의 고급문화”와는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다.

위의 개념은 일종의 선민의식 또는 특정한 인간 집단의 우월성에 대한 철학적 신념을 밑바탕으로, 세계는 문화적인 소수와 비문화적인 다수로 구분되며 문화적 소수의 리더십은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는 삶의 방식으로서, 그리고 총체적 삶의 양식으로서 인생의 과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청소년기를 거친다. 지배문화도 사실은 하위문화와 대항문화 속에서 탄생했으며, 문화 ‘장’에서의 치열한 투쟁을 통해 지금의 위치로 올라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문화를 현재의 지위와 특성으로만 파악하여 불완전하고 형태를 알 수 없는 설익은 문화라고 재단하기보다는 그 자체를 가지고 하나의 문화로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화라는 큰 범주 안에서 이러한 저항적 성격마저 품을 수 있을 때, 진정한 문화의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 문화는 오랫동안 거론되지 않았다. 정치적 참여나 인권의 영역은 물론이고 순수한 놀이, 프로그램으로서의 문화 활동 역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는 아동에서 성인 사이에 각종 입시와 성적에 매몰되어, 청소년이란 단지 대학에 입학하기 전단계로 간주되어, 모든 자유와 독립을 유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위문화로써 청소년 문화는 주류문화의 틈 속에서 자체적인 의미와 가치를 내포한 채 성장해 왔으며, 거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청소년의 정수가 담긴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고 있었다. 청소년 문화의 다양한 성격과 특성 속에서 본 논문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영상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청소년의 자기표현 행위이다. 청소년들은 자기표현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스마트폰과 SNS가 일상화되면서 자기표현의 기회는 점점 확대되고 있으며, 영상물은 청소년들이 효과적으로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유용한 콘텐츠이자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이제 실천행위로써 자기표현과 실천도구로써 영상미디어의 활용은 현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과 그들의 문화에게 주체성을 제공해주며, 하나의 독립된 문화로 융성할 수 있는 기회와 조건을 만들어 준다.

오세섭. “영상미디어를 통한 청소년의 자기표현.” 국내박사학위논문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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