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송은 1941년의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 10살 때 6.25를 겪으며 실향민이 된 그는 지금은 유명한 배우가 되었지만 40살까지는 연극판에서 오랫동안 무명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니 전무송 부인의 안 살림 역시 녹록할 리가 없었는데요. 오늘은 전무송 배우의 안타까운 사연에 대해 알아볼게요.
가난한 배우 전무송
전무송은 여동생의 소개로 아내를 만나 8년 열애 끝에 1970년에 결혼했습니다. 아내는 전무송 여동생의 친구였는데 연인으로 발전해 만난 지 8년 만에 결혼에 골인하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전무송이 연극배우로 활동했을 당시에는 매우 가난해서 본인의 어린 딸에게 먹일 우유를 마련하는데도 애를 먹을 정도였습니다.
그의 부인은 틈틈이 생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왔는데 피아노 레슨도 했었고, 남대문 시장에서 의류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한때 경기도 광명시에서 열었던 양품점은 장사가 제법 잘 되기도 했습니다. 신혼 때는 열정이 있어 힘든 줄 몰랐지만, 그러다 큰딸이 태어나니까 생활비가 늘어 걱정이 많아지게 됩니다.
그러자 전무송은 어느 날 대본을 집어 던지며 아내에게 “먹고 살기 힘든데 장사나 해볼까?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는 가정을 부양하기 힘들어 가족들과 아내에게 큰 신세를 져야 했고 이를 견디다 못해 배우 일을 그만두고 풀빵 장사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부인은 “그때 내가 연극배우 전무송한테 시집왔지, 장사꾼 전무송한테 시집온 줄 아느냐?”며 낙담한 남편에게 힘을 북돋아 주며 계속 연기에 도전할 것을 독려했습니다.
전무송은 이렇게 아내가 옆에서 든든하게 버텨준 덕분에 배우의 길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981년 40세 때 영화만다라`에 출연하면서 형편이 조금 나아지게 됩니다.
배우 대가족
하지만 어려웠던 시절을 지내고 나니 이번에는 자녀들이 연극을 한다고 덤볐습니다. 전무송의 딸 현아 씨는 중학생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연극영화과에 가기 위해 재수하던 딸은 “꼭 하고 싶다”라며 엄마를 설득했는데, 아빠인 전무송은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이왕 할 거면 열심히 하라.”라고 했습니다.
고3 때까지 속마음을 감췄던 아들 진우 씨까지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해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게다가 이어서 배우이자 연극 연출가인 사위가 가족에 합류하더니, 급기야 며느리까지 배우가 들어오면서 전무송 본인을 비롯한 아들과 딸 사위와 며느리까지 전부 배우로 가족이 완성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사위는 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했다는 전무송의 아내는 아들에게 연극을 시키던 상황이다 보니 연극을 하는 사위를 반대할 수는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60년 연기 경력의 전무송을 필두로 딸은 30년, 사위는 42년, 아들은 24년, 며느리는 28년 가족이 모두 184년에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연극계의 전씨 패밀리가 완성이 되게 되었습니다.
전무송의 가족들은 함께 모이면 늘 연기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의 딸은 아버지의 연기를 분석한 논문까지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연애 시절부터 남편의 공연을 빠짐없이 지켜본 전무송의 아내는 이제 아들과 딸의 공연도 빼놓지 않고 보는데, 긴 세월 갈고 닦은 눈이 있는지라 동작 하나, 대사 하나까지도 꼼꼼히 조언을 해줄 정도가 됐습니다. 그녀는 지금도 배우 가족들의 뒤치다꺼리에 쉴 틈이 없다고 합니다.
아내에 대한 고마움
그런 아내에게 전무송은 “어려웠던 시절에 일이 없어서 날마다 방 안에만 죽치고 있는데도, 군말 없이 밥 먹여준 것에 대해 그저 감사하고, 무엇보다 하는 일에 반대 없이 따라준 것이 고맙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봐서 연극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을 텐데도 연극을 하겠다는 아이들의 뜻을 꺾지 않은 것도 고맙고, 평생 자기가 하는 일을 이해해주고 일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줬는데, 요즘엔 아이들 일까지 발 벗고 나서 도와주니 그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라며 아내에 대해 커다란 고마움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전무송은 과거 방송에 딸 부부와 함께 출연했을 때도 자신이 집안일에 소홀할 뿐 아니라,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어 대부분의 일은 아내가 하고 이런 남편으로 둔 아내는 덕분에 많은 고생을 하며 살아왔는데 자신이 외골수여서 연극 외에 다른 생각을 하면 허물어지는 것 같다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아내가 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기자의 길을 선택한 딸과 아들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본 딸의 마음은 편치만은 않았습니다. 그녀는 아빠와 닮은 남자와 결혼하고 싶지 않았는데 남편이 아빠와 성격과 주사가 비슷하다고 털어놨습니다. 이어 전무송은 딸과 사위가 사는 모습을 보니 내가 잘못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아내에게 시키고 의지했다며 아내에게 잘못한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전무송은 딸이 연기자가 되는 것은 찬성했지만 아들까지 연기자가 되겠다고 했을 때는 반대했었습니다. 딸에게는 꿈을 강요한 적도 없고, 하고 싶은 걸 하되 제대로 하라고만 말했습니다.
희극 작가로 등단한 딸은 어렸을 때부터 예술적인 재능이 뛰어나서 연기를 시작한 뒤 자신에게 가르쳐 달라고도 했었지만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은 결과, 딸이 자신의 어떤 연기 습관도 닮지 않았고 자신만의 연기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도리어 자신이 딸에게 배운다고도 밝혔습니다.
전무송이 아들의 배우 생활을 반대한 이유는 자신이 이 일을 하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힘들었는데 아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반대했다고 합니다. 그는 아버지로서 본인의 삶을 아들이 똑같이 반복하길 원치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사고
하지만 이런 전무송 가족의 화기애애한 모습 뒤편에는 너무나 가슴 아픈 그림자도 있었습니다. 바로 아버지를 쫓아 연기의 길을 걷기 시작했던 아들이 그만 촬영을 하러 가던 길에 크게 교통사고가 났던 것입니다.
당시 차에는 아들 외에도 제작진도 함께 있었는데 같이 탄 피디는 하늘나라로 가버렸고, 나머지 또 한 명은 다리 부상을 크게 입었을 정도로 큰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당시 전무송의 딸이 후배로부터 동생이 많이 다쳐서 응급실에 왔는데 큰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라는 연락받게 됩니다.
병원에 도착한 전무송 가족은 구급차에서 침대를 꺼내 아들을 데려가는데 사람들 다 뛰어가는 와중에 전무송 부부는 아들의 사고가 믿어지지 않아서 멍한 표정을 지으며 멍청하게 서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아들은 일주일간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습니다. 뇌를 크게 다쳐서 기억력이 소실되고 언어 능력 쪽에 문제가 있어 계속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간 아들을 보고 전무송은 의사들을 다 동원해 살려달라고 외쳤고 아들이 기억력을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했는데 오랜 치료 끝에 겨우 조금 회복하긴 했지만 지금도 말할 때 어눌하고 버벅대고 단어가 생각 안 날 때가 있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안겼습니다.
전무송은 지금도 길거리에서 앵앵대는 구급차 소리만 들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잘못 살아서 죄를 지었나 싶었는데, 아들이 살아서 자기 앞에 있는 게 지금은 너무 감사하며, 예전에는 아들이 뭘 하면 혼냈는데 이제는 다 된다고 말하며 그저 지금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인생 후반부에 큰 슬픔을 겪은 전무송은 어느덧 팔순을 훌쩍 넘기며 인생의 황혼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그의 인생에 앞으로는 그런 슬픔이 다시는 없기를 바라며 힘든 인생을 살아온 배우 전무송에게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