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부분 가족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습니다. 단란하고 화목한 가족에 대한 환상 그리고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되는 마지막 보루가 가족이라는 환상을 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은 경제적 이유 말고도 가족 내에는 다양한 이유와 가족사로 인해 때로는 가족의 환상이 깨어지기도 합니다.
최근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스터 트롯2에서는 한 참가자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이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은데 아버님께서 허락을 안 해주신다며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고백한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사위로서 확실한 능력이 있었다면 결혼하는 게 좀 더 쉬웠을 텐데…. 여자친구와 2년 넘게 교제했음에도 아버님과는 3초밖에 못 봤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었습니다. 이 아버님은 바로 코미디언 이용식이었습니다.
이처럼 오늘의 주인공 이용식은 앞서 얘기한 대로 가장 어려울 때 힘이 되는 마지막 보루가 가족이라고 믿는 사람으로 언젠가는 사위의 진심을 알아주고 마음의 문이 열릴 거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랬던 그도 과거 자식을 버리고 간 아버지로 인해 부모님이 10년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자, 정말 신기하게도 본인도 아내와 무려 7년간 대화하지 않고, 인생의 큰 고비가 무려 3번이나 찾아오면서 현재 한쪽 눈이 실명되어 시야가 까맣게 되고 말았다고 고백한 이용식,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
1949년 이북에서 살던 이용식의 부모님은 아버지가 항구에서 배에 기름을 넣고 배급하던 지배인으로 군함, 군용 배에도 기름을 넣었다가, 어느 날 군인들로부터 곧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다라는 여러 가지 소문을 듣고 한반도에 곧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게 됩니다. 이후 아버지가 가족들에게는 말도 안 하고 혼자 월남을 해버리자, 어린 세 아들과 어머니가 북에 남겨졌습니다. 당시 북한군으로부터 “남편 지금 어디 있냐?”며 남은 가족들이 유관순 열사가 겪었던 차마 입에 담지 못할 힘든 일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다 한국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던 상황이 돼서야, 아버지가 가족들을 찾기 위해 다시 북으로 왔고 이후 남한으로 다 같이 내려가 피난 통에 머무른 대청도에서 막내아들 이용식이 태어납니다. 하지만 당시 어머니가 가족들을 버리고 혼자 탈출한 아버지의 행동에 큰 충격을 받고, “어떻게 나를 버리고 갈 수 있느냐? 자식들을 버릴 수 있느냐?”라며 아버지를 크게 원망하면서 어린 시절 이용식의 기억으로는 부모님이 단 한마디도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다 그가 중학교를 들어갈 때쯤 돼서야 어머니가 아버지를 이해하면서 두 분 사이에 그런 얘기가 다시는 나오지 않았고, 여유 없는 살림이었지만 어머니가 4형제를 위해서 새벽 4시부터 길가에 앉아 생선을 팔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게 됩니다.
갑자기 돌아가신 어머니
이처럼 이북에서 남한으로 내려와 재산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생선 장사를 하며 힘겹게 4형제를 키우시던 어머니가 하루는 새벽 기도로 교회에 갔다 오면서 성경책이 든 가방을 가지고 계단에 잠시 앉아 있는다는 게 그대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당시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머니가 다리가 아파서 쉬는 줄 알았으나,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고 그렇게 그의 어머니는 뭐가 그리 급하셨는지 가족들에게 유언 하나 남기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용식이 고백하길 “내가 딸로 태어났어야 어머니에게 좀 힘이 됐을 텐데…. 나까지도 아들로 태어났으니 남자만 5명으로, 당시 어머니가 아주 힘들었을 거다. 그러다 한 번은 형이 어머니에게 “어머니도 연세가 있으시니 유언을 하나씩은 다 남겨야 하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유언을 남길 게 뭐가 있니? 우리가 다시는 안 만날 거면 지금 내가 유언을 남기겠지만 어차피 우리는 천국에서 다 만날 건데 뭐 하러 유언을 남기냐?’라고 하신 적이 있는데, 그런데 정말로 마지막 인사도 없이 떠나가셨다.”라고 했습니다.
개그맨 데뷔와 군대
아무튼 이후 이용식은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꼬마 구봉서로 불릴 만큼 입담이 좋아서 그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 하루는 바로 윗형의 절친한 친구인 한 연예인의 추천으로 연예계의 길을 권유받게 됩니다. 그 연예인은 바로 전원일기의 일용이 역을 맡은 박은수로, 당시 박은수가 그에게 “용식아! 너 개그맨 시험 한 번 봐라.” 말하며 그를 대신해서 지원서까지 내주자, 당시 친구 양복을 빌려 입고 부랴부랴 시험을 보러 가게 됩니다.
그리고 이때만 하더라도 각 방송사의 탤런트 공채는 있었지만, 개그맨 공채는 MBC가 우리나라 최초였고, 그래서 당시 1,400명 정도가 공채 개그맨 시험에 지원했었습니다. 그중 11명을 뽑는 자리에서 그가 당당히 합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공채 개그맨 생활을 딱 1년만 하고 곧바로 군대에 들어가야 했던 그는 당시 3년이라는 세월을 군에서 보내면 과연 내가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게 `문선대’라는 곳에 배치가 되어, 밖에서 하던 일을 그대로 이어가며 36개월간 군대 안팎에서 공연하다 보니, 오히려 실력을 키운 채로 전역할 수 있었습니다.
전성기
그렇게 전역 후 다시 MBC에 들어가게 되었고 어느 날, 한 PD가 김병조, 왕영은, 이용식을 불러서 하는 말이 뽀뽀뽀라는 최초의 어린이 전문 프로가 생겼다며 잘해달라고 당부하였고 그날로부터 뽀병이, 뽀미언니, 뽀식이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후 그는 뽀식이로 무려 19년 동안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아이들의 대통령이 되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리고 뽀뽀뽀뿐만 아니라, 그가 80년대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며 화제의 프로그램엔 언제나 이용식이라는 세 글자가 따라다니게 됩니다.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나 첫눈에 반해,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려고 노력한 끝에 두 사람은 마침내 결혼에 골인합니다. 하지만 달콤한 신혼도 잠시뿐 , 이후 두 사람은 아이가 안 생기니 점점 대화가 사라지게 됩니다. 훗날 그의 고백에 따르면 “과거 본인의 부모님들이 대화를 안 했던 것과 똑같이 무려 7년 동안 서로가 말을 하지 않고 살았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신혼이고, 뭐고, 알콩달콩 행복했던 기억도 없고 당시에는 오로지 아이가 생기길 바라며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노력했으나 그게 잘 안되자, 당시 집안 분위기가 그야말로 썰렁 그 자체였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그가 뽀뽀뽀를 녹화하고 와서 집에서 모니터한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그렇게 뽀식이로 활동하며 카메라 앞에서는 웃고 있었지만, 집에만 돌아오면 마음이 심란하고 부부는 대화가 없고 그저 공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아이만 가질 수 있다면 전국의 병원이란 병원은 전부 수소문하고 다녔습니다.
그리고 같은 교회에 다니던 배우 최민수의 어머니 강효실 씨를 따라 새벽 철야기도도 가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반대로 유명 사찰까지 찾아다니는 등 그야말로 해볼 건 다 해보게 됩니다. 이처럼 당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지만 좀처럼 허락되지 않았던 부모라는 이름이 무려 8년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흐른 끝에 마침내 딸 수민이를 나이 마흔이 다 되어서야 기적처럼 가지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의 탄생은 위기를 맞았던 부부의 관계를 회복시켜주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어 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훗날 그의 고백에 따르면 “이 세상에서 제일 생각하기 싫은 것이 만약에 이때 딸이 안 태어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며 딸 때문에 웃고 힘이 나고, 딸 때문에 용기가 나서 삶의 버팀목이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그는 그토록 바라던 딸을 얻고 방송인으로서도 푸근한 이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아 이후 그의 삶은 그야말로 세상 부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삶의 버팀목
하지만 1997년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슬픔을 채 추스르기도 전, 단 15일 만에 똑같이 그에게도 심근경색이 찾아오면서 인생의 가장 큰 고비가 찾아오게 됩니다. 이때를 그가 고백하길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인이 심근경색인데, 당시 아버지의 심장이 멈추니까 의사 한 분이 어떻게든 살리려고 심폐소생술을 몇 분이나 하는데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내가 다 봤기 때문에 내가 심근경색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찾아봤겠나? 그렇게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심근경색이 뭔지를 나한테 가르쳐 주신 거다. 그런데 그러고 딱 보름 만에 아침에 샤워하는데 갑자기 심장에 통증이 왔고 그 순간 아, 이거 심근경색이구나!싶더라 내가 그만큼 연구를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래서 그 길로 바로 병원에 갔다.
그리고 만약 이때 집에서 10분이든, 20분이든 더 있었으면 아마 나도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어찌 됐든 병원에 빨리 갔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후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그때 기도를 했다. 우리 수민이 시집갈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신랑 손에 수민이 손 쥐여줄 때까지만 내 수명 연장해달라고 말이다. 그렇게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도 주먹을 꽉 쥔 채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그리고 수민이를 어떻게 낳았는데 내가 여기에서 끝날 수는 없지 반드시 살아서 이 병원을 나가리라 굳게 다짐했다.
그런데 이때 가려져 있는 커튼 사이로 우리 수민이가 기도를 하는 게 들리는데 당신이 나는 소리도 못 내고 왜 제가 저기 있지? 난 살았구나! 싶더라 그렇게 나는 딸의 기도로 살아났고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라고 했습니다.
故 이주일 형님과 인연
그렇게 딸의 기도로 다시 태어난 그는 예전처럼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었고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의 방송인생 중 가장 안타까운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가장 좋아하고 친했던 故 이주일과 이별했던 일입니다. 그는 이주일과 사석에서 허물없이 지내며 상당히 친했던 인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이주일의 장례식 그날에 그가 추도사를 하였으며 지금도 이주일 형님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그가 고백하길 “이주일 형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큰 인기와 큰 부를 얻었던 분인데 안타깝게도 오래 살지 못했다. 아마 아들을 먼저 보냈다는 스트레스를 결국 이기지 못했던 것 같다. 당시 형님의 아들은 7대 독자로 1991년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했었는데 형님이 생을 마감하기 한 달 전쯤에도 한 시간에 한 번씩 아들 이야기를 했을 정도였다. 병원 창밖을 보다가도 용식아! 저 사람은 아들이랑 같이 가네.라고 했다. 형님과 관련된 신비로운 이야기가 있는데, 당시 정주영 현대 회장님과 인연이 깊었던 이주일 형님이 정 회장님으로부터 홍송 3그루를 선물 받았었다.
그렇게 형님이 홍송 3그루를 자택 정원에 심고 애지중지 길렀다. 그런데 그렇게 잘 자라던 홍송 3그루가 형님이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부터 이유 없이 시들더니, 끝내 생명이 없어졌다. 이 믿기지 않는 참으로 신기한 일을 내 눈으로 직접 봤다.”라고 했습니다.
현재 그의 건강
이후에도 그는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며 많은 사랑을 받긴 했으나, 유독 건강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수십 년간 90kg 안팎이던 몸무게가 100kg를 훌쩍 넘어가면서 생명의 고비를 무려 2번이나 더 겪어야만 했습니다. 특히 현재 그는 한쪽 눈이 물체는 안 보이고 빛만 보이는 실명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해 그가 고백하기 “내가 방송인으로서 하염없이 녹화하며 과로하고 또 체중 관리는 제대로 못 하다 보니까, 결국 망막이 터지면서 눈의 한쪽 시야가 까맣게 되고 말았다.
이때만 하더라도 피곤해서 그렇겠지. 내일은 잠을 푹 자고 나면 괜찮겠지., 했었는데 결국 이날 이후부터 한쪽 눈은 빛만 들어오고 물체는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서 티를 안 내려고 정말 큰 노력을 했다.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숨겼다. 그러나 숨겨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가족들에게만 밝혔었다. 그리고 시력을 잃으면 눈동자 제어가 쉽지 않아 실명이라는 걸 금방 들키게 된다. 하지만 내가 방송에 나올 때 보면 눈의 시선이 전혀 그렇지 않고, 시력을 잃기 전과 똑같이 자연스럽게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이유는 실명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시선 처리까지 수없이 연습했다. 그런데 하루는 건강 프로그램에서 갑자기 눈을 검사한다고 스튜디오에 기계를 가지고 왔다. 탄로가 날 게 뻔해서 큰일났다싶어 어떻게든 안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처럼 골든타임을 놓치는 분들이 바로 병원에 가서 이러한 문제가 있는 것을 빨리 차단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나의 실명을 공개하게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지막으로 이용식, 그가 고백하길 “인생의 후반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내 건강 그리고 가족의 건강이다. 그리고 건강과 관련해서 가장 무서운 게 뭐냐면 바로 자가 진단이다. 자기 스스로가 의학적인 상식이 없으면서 피곤해서 그렇다, 지금 내가 잠을 못 자서 그런 것 같다, 이런 생각이 제일 위험한 생각이다.
그래서 요즘 생각이 드는 게 나이가 들수록 엄살이 심한 사람이 오래 사는 것 같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개그맨 임하룡이 가장 오래 살 것 같다. 그 친구는 손등에 뾰루지 하나만 놔도 이거 혹시 피부암일지도 몰라 하고 병원으로 달려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너무 큰 욕심을 부리면 안 될 것 같다. 사실 내가 굉장히 욕심이 많았다. 하지만 욕심이 너무 많으면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더라. 대신 긴장할 땐 긴장은 해야 한다. 긴장하지 않으면 오래 갈 수 없다.
방송을 오래 했다고 해서 대본을 대충 보고 방송 녹화를 하면 결국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마음이 편안해야 한다는 거다. 사실 내가 다이어트를 10번 해봤는데 10번 다 실패했다. 이제는 포기다. 그냥 이 몸으로 재미있게 살고 싶다. 그렇게 날씬하고 늘씬한 사람보다 마음이 편하고 웃음이 많으면 오히려 내가 더 건강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웃을수록 걱정거리가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코미디언으로서는 최고다라는 말보다 열심히 했다., 그리고 열심히 참 오래 했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후배들에게는 자꾸 가르치려 들면 안 되고 선배로 사는 것보다 어른으로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쪼록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나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 덕분이다. 지금도 나를 보는 분들 중에서 스스럼없이 배를 만지고 심지어 수상시장에 가면 아이고 TV로 보는 것보다 생물이 낫네라고 하는 분들도 있다. 내가 생선도 아닌데 실물이 아닌 생물이라니…. 그런데 그런 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