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아저씨로 항상 싱글벙글 웃는 모습으로 모두에게 기억되고 있는 김명국 씨는 탤런트로 알고 있지만 뜻밖에도 1983년 대학가요제 은상으로 데뷔한 가수 출신입니다. 대학가요제 은상까지 수상했지만 이후 연극 배우로 주로 활동하다 맥도날드 CF를 통해서 맥도날드 아저씨로 유명해졌는데요.
맥도날드 광고 이후 각종 사극에서 활약하며 배우로서도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린 바 있죠. CF 속에서 아들과 다정한 모습을 선보여 많은 사람들이 실제 가정에서도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었습니다.
아들의 백혈병
일반인에게는 무명배우나 다름없던 김명국이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져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시작할 무렵인 지난 2000년 3월 아들 주호가 3살째 되던 날 임부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17평 전세의 아파트에 살면서도 김명국은 어떠한 배역이든 마다하지 않고 매달리는 등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아들의 치료비를 위해 쉬지 않았습니다.
김명국의 이러한 지극정성 때문인지 한때 주호의 몸에서 암세포가 사라져 학원도 다니고 밝게 웃는 등 정상인과 같은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2003년 5월 다시 주호의 몸에서 암세포가 발견되었고 김명국은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큰 슬픔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김명국의 노력에 불구하고…
그 당시 김명국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이 출연 중이었던 KBS 1TV 무인시대 홈페이지 게시판을 비롯해 네티즌들이 많이 참여하는 KBS 오락 프로그램 홈페이지 게시판에 “주호가 병을 얻었을 땐 살 수 있는 확률이 70퍼센트라고 해서 항암 치료를 시작을 했는데 이젠 그 방법도 힘들다고 합니다. 3년이란 세월이 처음 그때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라며 “일주일 후면 앞으로 우리 주호가 견디기 힘들 만큼 고통이 따를 텐데 아빠가 대신 아파해 줄 수만 있다면 우리 주호 대신 제가 그 고통을 다 짊어줬으면 하는 심경뿐 또 옆에서 기도해 주는 것뿐 우리 주호를 도울 길이 없어 마음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라며 네티즌들에게 눈물로 골수기증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주호의 조직과 일치하는 제대혈을 구했고 비로소 수술에 들어갔는데 이때 김명국은 아들 주호의 이름을 “영원히 건강해라” 라는 뜻으로 연길로 개명하였죠. 그러나 영길군은 오랜 항암 치료로 인해 면역력이 약화되었고 그것이 폐의 곰팡이 균이 생기게 만들었으며 결국 아버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호흡 곤란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아홉 살 나이의 아버지 곁에서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바다에…
백혈병으로 아홉 살짜리 아들 연기를 잃은 배우 김명국 씨와 부인 박기자 씨는 아이를 가슴에 묻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말하며 아이가 좋아하던 바닷가, 진하게 끓인 청국장 그림 그리던 크레파스 조각, 함께 바라본 하늘, 함께 숨 쉰 공기가 우리 곁에 있다고 말합니다.
김명국의 막내 아들은 고작 아홉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고 김명국 부부는 17년 전 떠난 아들의 물건을 아직도 보관하며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는데요. 김명국은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이 얘기를 가장 많이 했다. 그 다음에는 ‘여행 가고 싶다.’고 바다를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더라며 아이들은 꼭 수위를 안 입혀도 되니까 화장하기 전에는 아이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는 옷을 입혀서 입관을 했고 인천 앞바다에 뿌려주었다.”라고 울먹였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
배우 김명국은 아내와 19년째 매달 마지막 주 일요일마다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을 연다고 합니다. 조혈모 세포는 혈액암 환자의 완치를 위해 꼭 필요한데 가족 간에도 맞을 확률이 적어 많은 사람들의 기증이 절실하다고 하는데요. 아들이 백혈병 재발 후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못하며 세상을 떠났기에 더욱 진심을 담아 필요성을 알렸습니다. 김명국은 재발 이후 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이야기를 꺼냈는데 열흘이 지나도 잃지 않은 기증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당시를 설명해 안타까움을 더했죠.
아들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저 사람 또 자식 파네”라는 얘기가 들릴까 봐 겁도 나고 두렵기도 하다라는 속내도 전했는데요. “의도는 전혀 그런 게 아니다. 저의 모든 활동은 아들을 위해 하는 거다. 아들이 제게 준 유지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말했죠. 슬기로운 의사 생활에서 조정석이 연기한 이익준의 모델 김동식 간담체외과 교수가 장기 이식과 장기 기증에 대해 설명했는데 작년 한 해에만 2천136명 하루 평균 다섯 명 이상의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기다리다가 사망했다고 합니다.
사실상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는 기증자가 나타났다는 것이 기적과도 같은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장기 기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 비해 기증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장기 이식이 필요한 사람들은 국립장기이식관리기관에 등록하는데 이때 환자의 응급도에 따라 대기 순위가 정해지는데 간의 경우 멜드 점수가 중요한 척도가 된다고 합니다. 40점 만점인 멜드 점수가 30점만 넘어도 3개월 이내에 사망할 확률이 50퍼센트에 육박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35점 이하로는 웬만해선 전화 한 통 받을 수 없다고 하죠.
즉 죽기 직전이 되어야만 순번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인데요. 하루 평균 5명 이상이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김명국은 지난 2019년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아들의 죽음에 대해 언급한 바 있는데 당시 그는 “제 꿈이 아들에게 통닭 사들고 군대 면회에 가는 것이 꿈이었다. 제 곁에 아들이 없지만 전 한 달에 한 번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나간다.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을 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힌 바 있죠.
“천국의 아이” 책을 쓴 이유
두 사람은 그 마음을 담아 “내 아이는 천국의 아이입니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연길이 투병하는 동안 김명국 씨는 “무인시대 등 드라마에 출연하면서도 고비사막 마라톤에 출전하는 등 아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했었다.”고 하는데요. 이 부부가 되돌리고 싶지 않은 아픈 기억까지 낱낱이 책에 담아낸 이유는 두 가지라고 합니다.
먼저 인세를 모두 백혈병 어린이 돕기에 기부하고 또 하나는 백혈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골수 기증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죠. 아이가 투병을 할 때는 길 가는 아무나 붙잡고서라도 골수 검사를 부탁하고 싶을 정도였는데 골수 검사는 일반 혈액 검사나 마찬가지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너무 기피하는 게 마음 아프다고 합니다.
김명국 씨는 아이가 한창 투병을 하던 2년 전부터 전국을 돌며 거리에서 마임 공연을 해왔는데 아들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공연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마지막 일요일마다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이가 유난히 아빠를 좋아했어요. 첫 공연 때는 엄마 누나와 반드시 객석 앞자리에 와 앉았죠. 산울림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할 때 영길이가 동네 사람들에게까지 얼마나 아빠 자랑을 했는데요.”라며 아들을 그리워했습니다. 책을 좀 많이 팔아서 돈 없어서 제대로 치료조차 못 받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하는데요.
아들을 잃고도 오랫동안 골수 기증 캠페인을 펼친 것도 아픈 자녀를 둔 부모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죠. 김명국 씨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시리다고 하는데요. 현재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데 젊은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힙합을 알리는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라 합니다.
아이에게 못다 준 사랑을 어른이 필요한 젊은이들에게 되돌려주고 있다고 하는데요. 비록 영길이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지만 이 세상에 많은 어린 백혈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고비사막을 달렸던 김명국 씨의 아름다운 마음씨는 어린 한 자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커다란 불씨로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