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속이 답답해져요. 특히요. 저는 이번 서이초 사건이 진짜 개인적으로 너무 마음 아픕니다.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한 교사가 끝내 아이들을 대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목숨을 끊을 정도까지 갔다는 게 이 사회가 얼마나 병들고 썩어 문들어져 가고 있는지 고스란히 드러내는 반증이잖아요.
아니 근데 이번 사건을 두고 또 유난히 욕을 먹는 사람이 있어요. 서이초 막장 갑질 학부모들 오히려 고인을 바보 취급한 학교 교장 이것들은 당연히 욕을 먹어야 마땅하죠. 근데 희한하게도 꽤 많은 네티즌들이 이번 사건을 두고 오은영 박사한테 악플을 달고 있습니다.
이분 국내 아동 심리학계에서는 탑을 찍은 분 아닙니까? 근데 대체 왜 몇몇 사람들은 서이초 교사의 비극적인 사건이 오은영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진짜 이 사람들 주장대로 이번 일의 원흉이 오은영 박사일까요? 지금부터 같이 알아보시죠.
서이초 사건
서이초 사건 아마 모르는 분들은 없을 거예요. 고작 23살밖에 안 된 1학년 담당 초임 교사가 무려 교내 준비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죠. 이게 여태까지 국내에서 교내에 발생한 교사의 극단적 선택 사례가 처음 있는 일이었던 데다가 서희 초등학교라는 곳이 강남 8학군에 있는 명문 학교였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어요.
아 그런데요. 이렇게나 전 국민적인 관심이 뜨거운 상황인데도 아직 주제 파악을 못한 것들이 있습니다. 바로 서이초 포함 국내 교육기관의 일부 학부모들이에요. 실제로 한 교직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작성한 게시글을 보면요. 이분이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면서 검은색 리본 사진을 카톡 프사로 해놨습니다. 근데 푸사를 바꾸기가 무섭게 한 학부모한테 문자가 온 거죠.
그 내용이 “선생님의 프로필 사진이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직 사실관계도 판명 나지 않은 일로 이렇게 추모한다는 걸 드러내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연락드립니다.” 이러고 있습니다.
오은영 박사에게 맹비난
지금 이 문제가 있는 학부모들보다도 더 욕먹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아까 서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지금 배 터지게 욕을 먹고 있는 사람 바로 아동 심리 전문가 오은영 박사입니다. 비난 수위도 아주 장난이 아닌데요. 지금 일부 네티즌들은 오은영이 애들을 체벌하지 말라고 해서 애들 버릇이 나빠진 거다. 오은영이 주장한 내용 때문에 현재 교사들이 고통받고 있다. 이런 댓글들을 남기면서 마녀사냥을 하고 있고요. 한 현직 교사는 온라인에 오은영을 탓하는 내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어요. 우선 그 내용을 좀 보여드리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오은영 박사의 말들이 육아의 바이블이 되면서 모든 아이는 무조건적으로 이해받아야 하고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가 됐다. 오은영 박사가 늘 말하는, 알고 보면 너무 불쌍한 금쪽이들의 방만한 자유를 보장하는 동안 그 옆에서 숨죽이고 앉아 모든 걸 양보하고 감내하고 있는 평범한 아이들에게는 도대체 무슨 죄가 있는 건지 죄송하지만 멱살이라도 잡고 묻고 싶다.”
오은영 박사를 비난하는 아동 전문가는 이분 말고도 더 있어요. 심지어는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에 지금은 아동심리상담소를 운영 중인 서천석이라는 사람까지도 오은영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금쪽이 류의 프로그램들이 지닌 문제점은 방송에서 제시하는 그런 솔루션으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사안에 대해서 해결 가능하다는 환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매우 심각해 보이는 아이의 문제도 몇 차례의 상담 또는 한두 달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듯 꾸민다.”
오은영 박사의 문제와 감싸기
실제로 오은영 박사가 금쪽같은 내새끼에서 보여줬던 솔루션 한두 번 욕 먹은 게 아닙니다. 왜냐면 서천석 박사 말처럼 너무 교과서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거든요. 게다가 방송에서는 오은영 박사가 애를 붙잡고 엄하게 몇 마디 하면 그 난리를 치던 애가 갑자기 얌전해져요. 이런 모습이 반복적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니까 애를 키우는 게 엄청 쉬워 보인다는 거죠.
실제로 한 번은 금쪽이의 학교 선생님한테 “어쩌라고 내가 하는 거에 신경 꺼 한 번만 더 그래봐” 이러면서 대들고 반 분위기를 망쳐 놓은 한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애가 나온 적이 있었어요. 근데 오은영 박사는 아이를 두고 “본인이 가진 마음의 상처가 감당이 안 될 때 어떤 형태로든 표현되는 것, 그렇지 않고서는 아이가 살 수가 없다.” 이렇게 포장해줘요. “아니 저런 문제아만 불쌍해 그럼 쟤 때문에 마음고생한 선생님은 수업도 제대로 못 들은 반 친구들은 안 불쌍한가”
오은영 박사의 문제와 감싸기는 방송에서만 나왔던 게 아닙니다. 자기가 쓴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해요. 심지어 금쪽이들의 진짜 마음속 이라는 책에서는 교사의 입에서 조심하겠다 라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등 교감이나 교장을 찾아가 담임교사 배정에 고려해 달라고 하라는 등 애를 오냐오냐 키우는 방법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은영 박사를 깍아 내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오은영 박사는 큰 잘못을 한 걸까요?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그럼 진짜 오은영은 큰 잘못을 한 걸까요? 저도 저 영상들을 처음 봤을 때는 진짜 오은영 박사한테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어요. 근데 정작 해당 방영분을 다 살펴보고 나니까 오은영이 이야기하려던 게 저게 다가 아니었다는 걸 알겠더라고. 우선 금쪽이에 나올 정도의 애들은 의존장애, 거식증, 폭식증, 인지장애 이런 심리적 장애가 있는 애들이에요. 그런 애들한테는 무작정 하지 마 이런다고 고쳐지는 게 아니더군요.
뭐 온라인에 리플들의 말처럼 “때려서 고친다. 걔네는 그게 안 돼요. 무조건 행동 교정, 심리치료 정도에 따라서는 약물 치료까지 병행이 돼야 그나마 사랑 구실을 할 수 있는 거야.” 이런 애들을 고치기 위해서는 우선 왜 그런 심리 장애를 얻게 됐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그걸 부모가 고쳐주거나 요인을 제거해줘야 되는데요.
오은영의 방송에서 했던 말들은 다 그런 내용들인 거예요. 그러니까 일반적인 문제아들이나 일진 지망생한테는 애초에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거죠.그리고 더 중요한 거 오은영은 “학부모들에게 학교 가서 갑질하세요” 라고 선동한 적이 없어요. 앞서 잠깐 언급한 책 내용 진짜 충격적이었잖아요. 근데 그것도 사실은 무조건 학교 가서 따져라 이런 게 아니라 만약 학교 담임이 아이가 헛구역질을 하는데도 억지로 음식을 먹이거나 한 아이만 타켓으로 삼아 명백한 차별을 하는 경우라면 이렇게 하세요. 하는 식의 조언이었던 겁니다.
근데 앞뒤 내용은 살펴보지도 않고 듣기 좋은 내용만 골라서 학교에 갑질한 게 누굽니까? 오은영 박사가 “아이들을 훈육할 때는 사랑한다는 걸 먼저 말해주셔야 해요” 라고 한마디 한 걸 가지고 “학교까지 가서 선생님은 왜 우리 애한테 사랑한다고 말을 안 해주세요.” 하고 말한 막장 갑질 부모들입니다.
마무리
오은영 박사는 부모가 아이에게 해야 할 일을 말한 건데 정작 부모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되레 교사에게 그걸 요구하고 있습니다. 앞서 오은영 박사를 향해서 장문의 비판 글을 썼던 교사도 이걸 아니까 “한 전문가의 의견을 진리인 양 따르며 치료 과정을 교육 현장에 대입하지 말라고 학부모에게 요청하는 거다.”라고 말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오은영 박사를 비난했다며 뉴스까지 탔던 서천석 박사 역시도 글을 잘 살펴보면 오은영 박사의 교육관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의 자극성을 비난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결론적으로 본인이 아이를 잘못 키워놓고 선생 탓, 남 탓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오은영 박사가 애는 오냐오냐 키우라던데 이러면서 곡해하지 말라는 거예요. 오은영이 언제 잘못한 애들에게 혼내지 말라고 했나요? 심지어 오은영조차도 “단호하게 훈육해야 한다”라면서 훈육을 엄청나게 강조해 왔는데 인제 와서 무슨 오은영 탓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