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가리지 않고 말 한마디로 흥하거나 쇠락하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면, 입조심하라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에는 하나도 틀린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우리나라 연예계에도 이 격언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 한 명 떠오릅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도 재치 있는 말솜씨 덕분에 한순간에 연예계에 데뷔한 것은 물론, 장기간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김제동 씨입니다. 한때 방송사에서 연애 대상까지 받을 만큼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던 김제동 씨.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유재석 씨와 투톱으로 손꼽히며 명 MC로 인정받기까지 했던 그였는데, 왜 지금은 이렇듯 수많은 안티팬에게 시달리게 된 걸까요? 김 씨의 연예계 입문부터 결국 방송 활동을 중단하게 된 사연까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MC로 데뷔한 계기
사실 그는 정식으로 방송사 공채를 통해 개그맨 데뷔를 한 인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의 행보를 살펴보면 코미디언보다는 진행자에 가까운 길을 걸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94년 당시 군 훈련소에서 훈련받고 있던 김제동 씨는 우연한 기회로 당시의 문화선전대, 즉 국방홍보원 홍보지원대에 지원할 것을 제안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군대 내에서부터 다양한 행사의 진행을 맡게 된 그는, 제대 후에도 레크레이션 강사나 장르 아나운서, MC 등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를 연예계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가수 윤도현 씨였습니다. 윤도현 씨는 김제동 씨의 진행 능력을 알아보고는 곧바로 자신의 전국투어 콘서트 보조 MC로 발탁을 해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002년에는 윤도현 씨가 진행하던 방송 프로그램인 KBS2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김제동 씨 전용 코너 하나를 신설해 주는 큰 도움을 베풀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처음 방송계의 얼굴을 알린 뒤, 김제동 씨는 MBC 느낌표, KBS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공익적인 성향을 띠는 방송에서 맹활약을 펼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애대상까지
주로 훈훈한 분위기의 프로그램을 도맡아온 덕분에, 김제동 씨의 인기 또한 무서울 정도로 뜨거워져 갔습니다. 결국 지난 2006년, 김제동 씨는 방송 데뷔 만 4년 만에 KBS 연예대상까지 거머쥐는 쾌거를 누렸습니다.
그 대단한 유재석 씨와 강호동 씨조차 각각 데뷔 14년 차가 넘어서야 첫 대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데뷔 4년 만에 대상이라니, 당시 김제동 씨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였습니다.
방송에서 볼 수 없는 이유
그렇다면 왜 지금은 더 이상 그 어떤 방송 활동조차 하지 않으며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걸까요? 또한 별다른 범법 행위를 저지른 적도 없는 그가 이처럼 수많은 안티팬을 거느리게 된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김제동 씨의 인기가 서서히 사그라든 이유 첫 번째는 바로 김제동 씨 개인의 진행 스타일 문제입니다.
과거 그의 방송을 지켜보셨던 여러분이라면 공감하시겠지만, 김제동 씨는 버라이어티 예능보다는 토크쇼에 걸맞은 진행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며 대한민국 방송계에는 토크쇼보다 리얼 버라이어티 붐이 불기 시작했고, 결국 몸을 쓰거나 순간적인 개그 센스가 부족했던 김제동 씨는 더 이상 방송에서 활약을 할 수 없게 된 겁니다. 물론 방송 스타일이 조금 올드하더라도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예능인도 절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제동 씨는 이어서 너무나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야 맙니다. 그의 인기가 사그라든 두 번째 이유, 바로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을 보기 불편할 정도로 드러냈다는 점입니다. 사회생활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우스갯소리로 “회사에서 정치, 종교, 투자 얘기는 절대 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하물며 일반 직장인조차도 쓸데없는 감정 소비를 피하고 업무에만 집중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인데, 김제동 씨는 오히려 이런 정치카드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삼아왔습니다.
그는 실제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꾸준히 내뱉어 왔습니다. 이 때문에 그와 반대되는 정치적 성향을 가진 대중들 사이에서는 김제동 씨를 향한 비난과 비판이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말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너무 과할 정도로 정치색 섞인 발언을 이어왔기 때문인지, 일반적인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김제동 씨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김제동 씨의 세 번째 실수 다름 아닌 전문적이지 못한 발언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그는 2010년대 후반부터 방송이나 공개 강연장 등에서 정치, 사회, 문화 관련 콘텐츠를 자주 다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김제동 씨는 비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으로 헌법을 해석하며 이를 강연까지 했습니다. 이에 대해 대중들이 헌법을 전공하지도 않은 사람이 헌법에 대해 강연을 하면 어떡하냐?`이라며 지적하자, 오히려 김제동 씨는 “천문학을 전공해야 별을 보냐? 지리학을 전공해야 내비게이션을 보냐? 좀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라며 반박하기에 이릅니다.
심지어 그는 이렇듯 전문적이지 못한 지식으로 강연하면서도 고액의 강연료를 받아 문제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9년 6월 그가 대전 대덕구청을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회당 1,550만 원 상당의 강연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진 겁니다.
해당 강연은 헌법 관련이 아닌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목적이 있기는 했지만, 이 역시도 방송과 레크레이션 진행자 경력이 전부인 김제동 씨가 전문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결국 예정되어 있던 강연은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취소되었고, 이후 김제동 씨는 잠적에 가까운 활동 중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경규의 일침
이후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과거 김제동 씨를 향해 일침을 날렸던 동료 방송인들의 모습이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김 씨의 이례적인 행보를 일찍부터 눈치채고 지적했던 인물, 과연 누가 있었을까요? 김제동 씨에게 일침을 가한 대표적인 인물 바로 방송인 이경규 씨입니다. 과거 힐링캠프에 동반 출연하던 시절, 이경규 씨는 김제동 씨에게 대놓고 “SNS에 그런 거 안 올리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냐? 나 스스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건 위험한 생각일 수도 있다”라는 조언을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경규 씨는 “평소 잘 모르고 무식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라는 말을 자주 내뱉어오며 자신만의 가치관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런 가치관을 지닌 이경규 씨 입장에서는 김제동 씨의 행보가 확실히 좋지 않게 비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근황
“예능 PD들 안 불러줘”라는 김제동은 최근 MBC every1 예능 성지순례 방송으로 복귀하였습니다. 2019년 고액 강연료 논란에 휩싸이며 사실상 방송가를 잠시 떠났던 그가 복귀작으로 선택한 프로그램은 성직자들의 속세 체험기를 담은 ‘성지순례’입니다. 지난달 31일 방송에서는 MZ 성직자 정재규 신부, 이예준 목사, 자운 스님이 출연해 남녀의 성지를 체험하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이어 MC들은 3인의 성직자들이 이날 찾게 될 남녀의 성지에 대해 추측했습니다. 먼저 MC 풍자는 “맛집이나 사진 맛집일 것 같다”라고 말하자, 김제동은 “사진은 찍는 것인데 맛집이라고 표현하냐?”라며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풍자는 “사진을 먹어서 맛있다는 게 아니라 사진이 잘 찍혀서 사진 맛집이라고 표현한다”라고 설명했고, MC 김이나는 “예전에 김제동씨에게 명언 맛집이라고 부른 것과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자 김제동은 “명언하지 마라. 나 지금 그거 보면 미치겠다”라고 민망해했지만, 김이나는 “왜 과거를 세척하려고 하냐”라고 다시 한번 콕집어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