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진의 아버지
천호진은 1960년에 부산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과거 한 시절을 풍미했던 프로레슬링 선수 천규덕으로 김일, 장영철과 함께 60~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1세대 프로레슬러였습니다. 김일의 박치기가 특기였다면 천규덕은 당수치기가 특징으로 그 힘은 맨손으로 소를 때려잡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당시 한국만큼이나 일본도 프로레슬링이 인기가 많았던 시절 천규덕은 일본 선수를 때려눕히는 경기로 많은 사람을 통쾌하게 해주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그 유명세로 천규덕은 영화에도 다수 출연하였는데, 그렇게 본인은 배우로도 활약했지만, 아들의 연기 활동에는 반대하게 됩니다.
천호진이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아들이 어떻게 많은 사람 앞에서 연기를 하겠냐?싶었던 천규덕. 하지만 막상 아들이 연기자가 되고 연기를 너무 잘하자, 나중에는 아들이 나오는 드라마를 상당히 즐겨보고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주게 됩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그렇게 연기자로 성공한 천호진은 사실 처음부터 잘 나가는 스타는 아니었습니다. 그는 MBC 공채 탤런트로 선발되어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초창기에는 조연과 단역을 전전해야 했습니다.
데뷔 초반만 해도 유명한 아버지 덕분에 그에겐 천규덕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항상 따라다녔고, 그렇게 수년간 단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끝에 결국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에서 농촌 청년 황대철을 연기하면서 천호진은 많은 시청자에게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운동 핏줄을 이어받아 중학교 때는 야구를 했고, 고등학교 때는 럭비 선수를 그리고 태권도 사단과 유도는 3단이고 골프, 승마, 암벽등반 등 만능 스포츠맨이었기 때문에 국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의 날렵한 액션 연기 역시 일품이었습니다.
영화 주연으로 성공
천호진은 이후에 죽이고 싶은이라는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하게 됩니다. 당시 맡은 역할은 반신불수로 병원에서 몇 달째 누워 있는 환자의 역할이었지만 그의 다리는 운동을 한 근육질 다리였기 때문에 해당 영화감독은 천호진을 캐스팅하고도 환자 역할로 어울리지 않아 많은 고심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를 완성하고 개봉이 되자, 관객들 그 누구도 천호진의 다리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관객들은 천호진의 연기에 폭 빠져보느라 다리에는 신경이 쓰이지 않았고 그만큼 그는 반신불수 한 자의 연기를 너무 리얼하게 해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연기력 하나로 원래는 천규덕의 아들에 불과했던 천호진은 어느덧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드라마 선택
이렇게 명품 배우로 사랑받게 된 천호진. 하지만 그에게도 배우로서 시련이 닥치게 됩니다. 그는 현재는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작품에 왕성하게 출연하고 있지만, 한때는 10년간 충무로 영화판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했던 슬픈 과거도 있었습니다.
영화는 주연 배우와 스타 몇몇만이 괜찮은 개런티를 받고 출연할 뿐, 나머지 조연들은 출연료가 많지 않다 보니 천호진은 1년에 영화 1~2편을 찍어서는 가장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는 없었습니다. 반면에 TV 드라마는 한 번 캐스팅이 되면 고정적으로 꾸준히 출연료가 나오기 때문에 생계를 위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약 10년을 드라마에만 집중적으로 출연하게 됩니다.
막 데뷔했을 때는 젊었고 돈이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신이 나서 영화를 찍었지만 결혼하고 둘째 아이까지 낳고 나니 생활을 걱정해야 했고 경제적으로 힘이 드니 아버지로서 책임감에 돈이 따박따박 나오는 드라마 쪽으로 출연을 하게 되며 영화판을 떠나 TV 탤런트로만 활약을 했던 것입니다.
다시 영화로 복귀
이후에 경제적으로 자리가 잡히고 돈 걱정을 하지 않게 되면서 다시 영화에 출연했을 때 천호진은 얼마나 기쁘고 신이 났을까요? 그렇게 영화에 출연할 수 있게 된 천호진은 영화를 촬영날 보통 자신이 등장하는 분량이 없는 날이면 현장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도 늘 나와 있었고, 자신이 등장하는 장면을 찍는 날이면 식사도 잘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연기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연기를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를 사전에 아예 차단하고자 그렇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는 어릴 적부터 예민하면서 내성적이었으면서도 집중력이 강한 연기자지만, 반면에 촬영이 끝나고 스텝들과 전체 회식을 하는 자리에는 절대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천호진은 방송이나 신문과 인터뷰를 잘 안 하기로도 유명합니다.
어쩌다 가끔 어렵사리 인터뷰를 한 번 하게 되면 사진 기자가 사진을 찍을 때 좀 웃어달라고 부탁해도 천호진은 요청을 거부하고 웃지 않으며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찍으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석에서도 그는 말수가 없기로 유명한데, 누구를 만나도 겉치레나 꾸미는 말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자기 자신도 “말이 많고 재미있는 사람이면 좋겠지만 타고난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방임형의 아버지
드라마 속에서는 가족밖에 모르는 아버지로 자주 등장했던 천호진은 3년의 열애 끝에 결혼한 아내와 현재 20대가 된 1남 1녀 자녀를 둔 가정의 가장으로 자녀들에게는 꼭 대학에 갈 필요도 없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찾도록 하는 방임형의 아버지라고 합니다. 자신도 그동안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왔기 때문에 자녀들에 대한 교육, 철학, 역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취미로 시작한 목공
그는 평소 배우 생활을 해도 목공을 취미로 삼도 있는데 취미로 시작한 목공이 지금은 전문가 수준이 되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만드는 걸 좋아해서 손재주가 좋았던 천호진은 뭐든 한 가지 빠지기 시작하면 무섭게 집중합니다. 외국에서 목공전문 서적을 100권이나 주문해서 하나하나 찾아보며 현재까지 무려 25년 넘게 목공 일을 해오고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가 목공을 시작한 건 과거 1년 정도 일이 없던 시절, 마치 옛날 어른들이 기술을 배워놓으면 굶지 않는다라고 했듯이, 천호진 역시 보험 삼아 목공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연예인처럼 선택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일이 몰릴 때는 정신이 없다가도 작품이 끝나면 금세 허무해질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바로 나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런 남편의 목공을 탐탁지 않게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만들기는 참 잘 만드는데 만드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차라리 하나 삽시다.”라고 말할 때도 있다고 합니다.
급기야 그는 생활 목공예 가구회사까지 차리고 직원을 두고 운영까지 했을 정도였습니다. 촬영이 없는 날이면 거의 매일 나와 작업을 하고 출퇴근도 직원들과 같이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천호진은 “목공은 뿌리박고 서 있는 나무를 베면서부터 시작돼 작품이 나오기까지 엄청난 시간이 필요한데 기다림 없이는 누구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형태의 작품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나무 만지는 작업은 연기와 겉으로는 달라 보이지만 사실 굉장히 비슷하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는 초보자들의 실수를 줄여주고 싶은 마음에 교제도 없이 목공예를 독학하며 겪었던 어려움들을 생각하며 천호진의 목공 DIY라는 초보자들을 위한 목공 책까지도 펴냈을 정도로 이젠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
천호진은 2017년과 2020년에 연기 대상까지 받으며 최고의 배우로 인정받게 되었고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상을 수상했던 한 번 다녀왔습니다라는 드라마를 촬영하던 도중, 그만 그의 아버지 천규덕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게 됩니다.
당시 대상 수상 소감에서 천호진은 “드라마를 아버님이 참 재미있게 보시다가 끝까지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불효자로서 감사했고, 수고하셨고, 사랑합니다.“라고 밝혀 많은 이들을 눈물짓게 만들었습니다.
아들이 처음 배우를 한다고 했을 때는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며 아들이 나온 영화는 지하철을 타고 꼭 보고 오셨다는 아버지 천규덕과 그의 아들 천호진 슬픔 속에 그렇게 아버지를 잃은 천호진의 인생에 이제는 다른 슬픔은 없기를 바라며, 어느덧 환갑이 넘어 인생의 후반을 지나고 있는 배우 천호진에게 따뜻한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